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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브 Nov 13. 2017

널 '그냥' 좋아해.

'그냥'을 그냥 내버려둬.

"내가 왜 좋아?"

"음.. 그냥"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이라는 답변에 불만을 가진다.

동시에 '그냥'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무언가에 대해 별 생각이나 관심이 없을 때 하는 말이라고 느낀다.


우리는 본인 혹은 타인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특정하고 정확한 이유를 찾아내려 한다. 나아가 그 이유의 타당성을 판단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그냥'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게 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느껴지고 답변으로 들을 때는 힘이 빠지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옳다고 혹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는 오히려 별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 가족을 사랑하는 것, 노인을 공경하는 것, 남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것 등 특별한 이유가 없거나 혹은 굳이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되는 경우들이다.


반면 남자친구가 왜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지, 친구가 왜 당장 돈벌이도 안되는 일을 하며 행복하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유를 듣고자 하고 이에 대해 판단을 내리려 한다. 


특정한 이유가 있다는 것은 어떤 생각이나 행동의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이는 이유가 없어지면 그 생각과 행동도 무의미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의 크기를 한정짓는 유한한 이유들보다는 '그냥'이라는 표현이 더 크고 진정성있게 느껴진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단어로 다 표현되지 않는 것처럼.


물론 이 글도 '그냥'이라는 단어의 긍정성을 뒷받침하는 이유의 서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결론은 '그냥'을 그냥 내버려두고 본인과 타인의 생각 혹은 판단의 거창한 이유를 찾기 위해 너무 큰 고통이나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 혹은 그녀를 '그냥' 좋아해도, 지금 하고 싶은 것이 '그냥' 하고 싶은 것이라 해도 불안해하지 말자.

스스로 그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그냥' 계속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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