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노인입니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문득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달 전 갑작스런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오랜만에 아빠의 오랜 친구 분들을 뵈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분들도 많이 찾아와주셨는데 인사를 드리며 놀란 마음을 속으로 감추었다.
‘왜 이렇게 늙으셨지’
우리 아빠는 57년생이다. 곧 70을 앞둔 67세.
아빠 친구 분들의 40, 50대 한창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실 때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나에게 60대 후반 아저씨들의 모습은 ‘노인’에 가까웠다. 나이가 중요한 시대는 아니라지만 노인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나이. 가까이 있기에 초보 노인이 된 아빠의 모습을 못보고 있었나. 아님 보고도 못 본척 하고 있는걸까. 40대를 앞 둔 내 삶만 돌보느라 정작 점점 보살핌이 필요한 아빠를 너무 못 챙겨드리고 있었다. 사실 아직은 아들로서 아빠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말로 표현은 잘 못하지만 아빠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는 큰 힘이 되니까.
우리는 인생에 있어 언제나 초보지만 혼자가 아니어서,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언제나 초보여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