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책을 냈다. 자가 출판이다. 원고는 지난해 퇴사 이야기를 쓴 것이다. 이번에 책 주제도 퇴사법에서 홀로서기로 조금 바꿨다. 제목은 "나 대로 I Way", 부제는 "대기업, 공공기관 20년 퇴사준비생의 홀로서기"다. 퇴사 이야기에 1인 기업으로 독립해 활동하는 내용도 일부 추가했다. 여기에 올해 새로 쓸 1인 기업 실행법을 더해 조만간 3차 투고를 진행할 작정이다.
지난 1차에 이어 올해 초 시도한 2차 출판사 투고도 반응이 없었다. 아니, 반기획 출판이나 일부 비용 부담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독자와 시장 수요가 있는 책을 제대로 내고 싶어 응하지는 않았다. 1차 투고 때는 기획서와 샘플 원고만 보내서 그랬다 쳐도, 2차 투고 때는 완성된 A4 80장 분량의 원고를보냈는데도 그랬다. "더 질 높고 완성도 있는 원고가 필요하다." 그렇게 자체 결론을 내렸다. 생각보다 기획 출판의 벽이 높았다. 결국 퇴사 수기 형태의 2부는 다 덜어냈다. 절반의 원고를 다시 쓸 참이다. 7전 8기라고 했는데 이제 3기다. 과연 몇 기까지 가게 될는지.
그럼 왜 자가 출판인가? 혼자 편집 교정하고, 별 디자인 없이 원고만 덜렁 있는 책인데도 말이다. 출판과 함께 하려 했던 콘텐츠 1인 기업 활동을 더 이상 미뤄둘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은 지난해 책 1권 내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 기고, 컨설팅 상담 등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직장인 퇴사준비와 독립 후 개인의 경험과 지식을 살린 1인 지식기업 만들기, 글로벌 창직이 그 주제였다. 하지만 이제 있는 그대로 우선 시작해 보기로 했다. 부족한 콘텐츠이지만 유료 서비스 형태로 만들어 독자, 세상과 소통에 나서는 것이다. 대신 '1인을 위한 책'이라는 콘셉트를 만들었다. 책을 본 후 더 궁금한 독자만을 위한 맞춤형 글을 따로 써주는 것이다. 실제 독자 기반과 시장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첫 자가 출판 툴은 부크크를 이용했다. 생각보다 스스로 책 한 권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본인이 써 둔 원고(최소 50페이지 이상)만 있으면 몇 시간 만에 무료로 책 한 권 제작이 가능하다. 종이책과 전자책 중에 선택할 수도 있다. 대신 부크크가 제공하는 한글 서식 등 템플릿에 맞게 자신이 모든 편집을 직접 해야 한다. 이게 핵심이다. 이 과정이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몇 시간 정도 걸릴 수 있다. 이 서식만 완성해 두면 실제 책 등록 작업은 5분 만에도 할 수 있다. 책 컬러, 규격 등을 정하고 원고를 업로드하면 된다. 표지 디자인을 기존 탬플릿 중에서 선택한 후 가격, ISBN 등록 여부 등을 정하면 된다. 부크크에서는 ISBN(국제표준도서번호)도 무료로 만들어 준다. 전문가들이 만든 표지 및 내지 디자인, 교정교열 등 작가서비스도 별도로 구입할 수 있다. 이후 작가소개 등을 추가해 책 등록을 신청하면 된다. 그러면 부크크에서 수정할 내용, 인쇄 원고 등을 보내주고 2~3일 내 승인이 완료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책자는 필요한 수량만큼 소량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POD(Publish On Demand) 방식이다. 자가 출판의 최대 장점으로 안 팔리는 책 괜히 많이 찍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작가가 대부분의 편집 작업을 직접 하니 비용도 들지 않는다. 인세도 보통 초보 작가가 5~10% 받는데 부크크는 35%까지 준다. 단점이라면 일반 오프라인 서점에 책 유통이 안 되고, 자체 홈페이지 외 일부 온라인 서점 위주로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혼자 만들다 보니 책의 품질이 떨어지고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주문 결제 후 책을 받아보려면 4~5일이나 걸린다.
자가 출판 플랫폼으로 교보문고 퍼플도 있다. 좀 더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보여 부크크를 이용했는데, 퍼플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양 서비스를 비교해 보다 퍼플의 몇 가지 장점이 눈에 띄었다. 먼저 책 판형과 표지 날개 등 기본 무료 옵션에서 선택할 수 있는 종류가 다양했다. 또 부크크는 외부 유통 가능한 제휴 온라인 서점이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몇 개라면, 퍼플(e퍼플 전자책, 3년 계약시)은 이외에도 인터파크, 리디북스, 구글플레이 등 17곳 이상이었다. 퍼플이 브크크 보다 책 인쇄 비용은 더 쌌지만, 작가 인세는 20%로 조금 적었다. 퍼플은 책 만들기 전 작가 승인도 받아야 되고, 교보문고 사이트에 붙어있어 접근성이 조금 떨어졌다. 원고 템플릿 이용은 부크크가 더 수월했다. 출판용 글씨체 지정, 한글, 워드 선택 등 조금 더 분명한 작업 지침이 있어서다. 또 부크크의 경우는 브런치 작가에게 주는 혜택이 있었다. 추가 인세와 표지 및 내지 디자인을 지원하는 것이다. 매거진 글 30개만 채우면 부크크 자가 출판이 가능하다고 하니 브런치 작가들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자가 출판은 독립 출판과 자비 출판이 섞인 형태라 할 수 있다. 기획, 편집, 마케팅 등을 자신이 도맡아 출판사의 시스템적 지원 하에 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나마 출판사나 편집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책에 들어갈 원고 편집은 어떻게 하는지, 책 규격에 따라 원고 분량이 몇 페이지나 되는지, 각 옵션별 인쇄 비용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책 제작 전반과 유통 경로 등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경험에 독자 반응을 담아 올해는 내 이름과 영혼이 담긴 제대로 된 책 1권은 꼭 낼 수 있기 바란다.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고 했다. 삶이 단 하나의 책이 되어 세상에 외치는 그날까지 오늘도 '나 대로' 인생 역주를 펼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