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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Jun 12. 2020

일과 삶을 시와 노래, 책으로 바꾸는 기술

'사행시' 사용법 업그레이드

매일 부르는 노래가 있는가? 기쁠 때나 슬플 때, 잘 나가거나 뒷걸음질 칠 때에도 항상 부르는 나만의 노래가 있다. 바로 일일 사행시다. '사행시'는 1인 기업 독립 후 자체 제작한 업무일지다. 4행 1시의 준말로 4가지 행동과 1가지 시간준수를 말한다. 4가지 행동은 실행과 준비, 독서, 집필이다. 자기 통제를 강화해 목표를 향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나홀로 일하는 1인 기업이나 독립 생활자가 자신이 원하는 일과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책 읽기나 글쓰기를 하루 일과 중 정례화해 작가나 강사, 컨설턴트 등 지식 노동자에 최적화됐다. 언젠가부터 이 '사행시'는 진짜 노래가 되었다. 사행시 업무일지를 기록하고 각 행의 첫 글자를 딴 시를 지으면서다. 다시 나만의 노래를 찾았다.


삶을 노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삶을 하나의 노래 대상으로 가지고 노는 것이다. 노래 가사 속에서는 온갖 모습이 다 담겨있다. 모든 노래의 단골 주제라 할 수 있는 사랑부터 이별, 희망까지 끝이 없다. 변화무쌍한 우리네 인생사와 판박이다. 어떤 상황이든 맞춰 부르기만 하면 된다. 기쁠 때는 기쁨의 노래, 슬프거나 화가 날 때는 신나는 노래 가사를 반복하다 보면 금방이라도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듯하다. 노래는 힘이 있지만 그저 노래일 뿐이다. 슬픈 노래는 우리를 한없이 우울하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래 속 문제가 크다고 해서 우리는 죽지 않는다. 기쁨의 노래를 부를 때도 마찬가지다. 한순간 희망이 우리 삶을 가득 채우지만 상황이 변한 건 없다. 단지 노래와 곡조가 바뀌었을 뿐이다. 이렇게 우리는 노래에 따라 울고 웃는다. 자신의 마음을 만지고 변화시킨다. 이런 변화는 많은 것이 필요 없다. 삶을 노래할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된다.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부르는 자신의 노래를 닮아간다.


괴로움이 닥치면 괴로움의 노래를 불러보자.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아픔의 늪에서 허우적대도 좋다. 단지 하나의 노래와 가사뿐이니까. 괴로움을 노래하는 것처럼 우리는 언제든지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그 선택은 자신에게 달렸다. 노래하는 사람의 특권이다. 감당 못할 괴로움은 어느 누구도 당장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괴로움의 노래는 누구든지 그냥 바꿔 부르면 된다. 희망이든 기쁨이든 원하는 곡을 선택해 부르면 그만이다. 새 노래는 지금 느끼는 괴로움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씻어 준다. 문제 상황을 떠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여유를 준다. 가사와 음악에 집중하는 순간 자신은 그 노래의 일부가 된다. 자신을 관조하고 지금 가진 모든 좋은 것을 다시 기억하게 해 준다. 그것이 한 줌의 따스한 햇살이든 물 한잔의 시원함이든, 한마디 벗의 위로면 어떤가. 자신을 믿고 다시 문제를 헤쳐 나갈 힘을 북돋아 준다.


이지훈 작가는 '결국 이기는 힘'에서 자신의 노래를 찾은 자가 영웅이고 소명자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토고에서는 아이가 태어날 때 마을의 여성들이 독특한 의식을 거행한다. 그들은 아이를 둘러싸고 새롭게 태어난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영혼은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일무이한 것이다. 얼마 있다가 한 명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다음 여성이 또 다음 여성이 노래를 부른다. 이렇게 그들은 그 아이만을 위한 노래를 만든다. 아이의 영혼에 의해 촉발된 음악이다. 아이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생일을 맞거나 결혼을 하거나 중대한 의식을 치를 때마다 여성들은 모여 그 노래를 부른다. 아이가 아프거나 큰 잘못을 저지를 때도 여성들은 모여 그 노래를 부른다. 아이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아이가 죽으면 공동체는 마지막으로 그 노래를 부른다. 그런 뒤 그 노래는 다시 불리지 않는다. 나만의 노래, 이것이 바로 소명이다. 자신의 노래를 찾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영웅의 여정이다. 자신의 노래를 찾는 자, 당신은 바로 영웅이다."


사행시로 나만의 노래, 소명을 찾아 일과 삶을 재정립할 수 있다. 정말로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드는 과정을 한 편의 시와 책으로 엮어내는 것이다. 작성 방법은 간단하다. 엑셀 파일로 만들어진 '사행시' 업무일지를 적은 후 4행의 첫 글자를 따서 매일 사행시를 쓰는 것이다. 업무일지 사용법과 사행시 작성법이다.


'사행시' 업무일지


사행시 작성법

(1행) 실행은 오늘 실행 점수에 전날 실행 점수와 오늘 실행 점수 차이를 +,- 해 나온 숫자 한글 표기 첫 글자

(2행) 준비는 내일 계획 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할 일 단어의 첫 글자

(3행) 독서는 그날 읽거나 관심 있는 주제 관련 인상적인 책 문구, 일화, 명언 등 1건 이상 발췌 후 그 첫 글자

(4행) 집필은 그날 적은 한 꼭지 글의 제목이나 맨 앞 문장의 첫 글자


이 사행시는 그날의 독서, 글쓰기와 연계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낼 수 있다. 매일의 일과 삶이 시가 되고, 책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사행시로 책 초안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1) 하루 중 자신이 원하는 일과 삶을 계발하는 과정에서 더 공부하거나 나누고 싶은 주제 정해 사행시 쓰기

2) 관심 주제에 관해 매일 독서하고 2-3개의 인용 글을 발췌해 메모 (초서)

3) 주제 관련 기초 글을 날마다 쓰고 엮어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도록 초고 아웃라인 작성


단순한 사행시를 책과 연결 지을 수 있게 된 것은 독서의 힘이다. 퇴사 후 꾸준히 이어온 독서 덕분에 읽은 책은 1년이 지나지 않아 4~5백 권이 넘었다. 디지털 독서법으로 단지 독서 목록뿐만 아니라 나만의 책 DB를 구축했다. 관심 키워드만 입력하면 책을 읽다가 발췌해둔 인상적인 내용 중에서 관련 책 문구들이 쭉 뜬다. 이 글들을 공부하고 자신의 관점대로 취사선택해 메모하면 균형잡힌 자기 글이 된다. 종이 대신 PC에서 하는 초간단 스마트 초서법이다. 이 방법대로 쓰면 하루 한 편, 40일이면 책을 구성하는 40꼭지 주제에 관한 초고 아웃라인이 나온다. 멈춰 섰던 것 같은 일상은 어느덧 쌓여 나만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되었다.


자신을 위한 노래를 짓자. 자신의 생각, 하고 싶은 일, 모든 감정과 주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즐기자. 심지어 삶이 재 가운데 녹아진다 하더라도 계속 노래하자. 매일의 노래가 삶이 되고 구원이 되어 울려 퍼질 때까지. 살아있음 자체를 기뻐하고, 노래의 힘을 믿. 희망가를 입에서 놓지 말자.


일일 사행시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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