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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Feb 17. 2022

누구나 복권 1등 맞는 비결

1인 기업형 인간의 멘탈관리_복권자

"복권 1등에 당첨되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 내일 당장 무엇이 달라질까?"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이것이 바로 복권을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퇴사하고 나서 생긴 새로운 습관이다. 혼란한 코로나 팬데믹 시대가 소환한 웃픈 현실이다. 큰 걱정 없이 소소한 일상을 반복할 때는 잘 몰랐다. 복권을 사는 행위를 경시했다. "한낱 요행을 바라는 어리석은 행동 아닌가. 스스로 노력해서 벌면 되지. 실제 당첨될 확률이 있기나 할까"라고 생각했다. 개인적 신앙관에도 맞지 않았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어느 날, 평소 때와 다름없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청소하고 있었다. 마음은 지질대로 지치고 상해 있었다. 퇴사 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스트하우스 사업이 거대한 암초를 만난 것이다. 손님이 뚝 떨어진 것은 물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암울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것을 계속해야 할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었다. 침구류를 털다가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만약 더 이상 벌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돈이 있다면, 오늘 하루 무엇을 할 것인가?" 말문이 턱 막혔다. 답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눈물이 또로롱 흘렀다. 온갖 계획을 세우고 다 이룰 것 같더니 이렇게 대책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다시 까마득하게 잊어가고 있었다.


첫 직장을 나와 유학하던 시절 홀로 서럽게 펑펑 운 적이 있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았나"는 회의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2교대 근무에, 주말도 쉴 새 없이 일했고, 직장생활 중 야간 대학을 다니느라 4년 내내 정말 정신없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두 번째 직장을 나와서 조금은 달라진 줄 았았다. 하지만 여전히 성공이라는 신화를 쫓아 이리저리 헤매며, 갈증 하는 삶을 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무렵부터 복권을 사기 시작했다. 1천원짜리 연금 복권 1장. 당장 일확천금 보다, 하루를 버티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연금처럼 매달 일정 금액이 따박따박 통장에 꽂힌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많은 것도 필요 없었다. 딱 1장만 있으면 됐다. 당첨 확률보다 복권의 용도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1장이요?"를 반복하던 복권 가게 아저씨도 더 이상 물어보지 않는다. 심지어 그주, 다음주 복권이 아니라 3주 뒤 추첨 날짜가 찍힌 복권을 주기도 한다. 사실 날짜는 크게 상관이 없다. 덕분에 가끔 잔돈을 바꿀 때마다 사 먹던 달달한 음료는 더 이상 맛볼 수 없다. 하지만 복권이 '박xx'나 '비타 xxx'을 대신해 더 큰 에너지를 주기도 한다. 1천원짜리 치고는 그 효과도 더 오래간다.


복권을 산 뒤 자신에게 질문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 복권이 1등 맞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을 삶의 중점 과제, 고민거리에 대입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복권 1등 맞는다면, 적자 투성이인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계속할 것인가? 글쓰기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부동산 경매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까? 통역 프리랜서 활동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여기서 생각지 못한 답을 찾기도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너무 이용객 수에 연연하지 않고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개인 사무실이자, 인생 2막의 꿈을 이룰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좋아하는 여러 모임을 열고, 각종 창직 아이템을 만들어 실행해볼 수도 있다. 글쓰기는 책을 내거나 사람을 끌기 위해 너무 쫓기 듯 쓰지 않아도 된다. 느긋하게 자기 내면을 살피고, 연구하면서 진짜 원하는 삶의 목표를 이루는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도서관 책읽기 생활을 복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부동산 경매는 의외의 답을 얻었다. 돈이 있으면 안 해도 될 것 같았는데, 여전히 하고 싶었다. 그냥 재밌기 때문이다. 입찰 목표를 정하고 최적을 방법을 찾아 차례차례 난관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 좋았다. 뭔가 적성에 맞는다고 해야 할까. 돈에 여유가 생긴다면 원하는 물건을 더 입맛대로 고를 수도 있다. 통역은 나이가 들수록 부침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다. 대신 외국어 전공을 살리고, 경험을 나누기 위한 측면이 더 크다. 이런 질문은 일 뿐만이 아니라 관계, 생활 등으로 확장해볼 수도 있다. 소중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시간을 더 갖고 못다 한 것을 해주는 것이다. 여행이나 새로운 취미 등을 가질 수도 있다. 비록 당첨은 안 돼도 하루하루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 충분히 복권 1등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복권의 진정한 가치는 뭐니뭐니 해도 돈이다. 하지만 사실 그 금액 자체만 놓고 보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연금 복권만 해도 1등은 월 700만원을 20년 동안 받는다. 세금을 떼면 실제 받는 돈은 월 500만원 정도다. 로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일시불로 받는 당첨금을 20년으로 환산했을 경우다. 이 정도 금액은 직장 생활을 한 10년 정도만 해도 받을 수 있다. 물론, 다니는 직장에 따라 신입 때 받을 수도, 평생 가도 못 받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금액보다 돈을 얻는 방법이다. 복권 당첨금이 부러운 이유는 하기 싫은 일 하느라 애쓰지 않고 공짜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20년 동안 진짜 좋아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복권 1등 맞은 거나 다름없지 않을까. 과연 그런 일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일만으로 복권 금액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까. 나 같은 경우는 다행히 퇴직 후 좋아하는 일만으로 새로운 직업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자신만의 평생 직업을 만드는 창직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수입 목표도 이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의 2배로 잡았다. 복권 금액으로 따지만 웬만한 10년차 직장인 연봉과 함께 1등 당첨금을 보너스로 받는 만큼의 액수였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세부 실행계획도 세웠다. 부동산 경매를 통해 실제 그것에 가까운 돈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목표를 충분히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분야 전문가가 되는 데 필요한 최소 3년, 1만 시간을 넘어 5년, 1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때 조급함이 생긴다. 그 압박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이 문제를 풀 힌트를 얻었다. 바로 1천원짜리 복권 1장이다. 엄밀히 말해, 복권 당첨자의 마음가짐, 셀프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것에 따라 원하는 인생의 중점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갈 수 있다면, 하루하루를 축제 같이 살아낼 수 있다면, 당장 오늘 먹고살 생활문제를 해결하고 조금만 더 버틸 수 있다면, 누구나 복권 1등의 승리자로 살 수 있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복권자'라고 부른다. 복권자란 바로 매 순간을 복권 맞은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다.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은 사람이다.


여러분은 복권자입니까?
복권보다 가치 있는 자신을 살며,
그것을 일구기 위해 오늘 하루도
즐거이 기다리며 나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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