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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Dec 18. 2019

홀로 하는 송년 업무 파티

쓰는 대로 이루는 새해목표 수립

1인 기업 독립 첫 해, 업무 목표를 이뤘다. 정확히 말하면 재무 목표다. 지난 3월 얼떨결에 회사를 나오면서 다짐했다. "올해 회사 연봉만큼은 벌겠다." 그것도 곧바로 연봉의 2배로 목표액을 수정했다. 퇴사한 신입 사원이 회사 동료들보다 더 많이 번다는 소식이 발단이었다. 어쩌면 오기였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에 13년 동안 길들여져 왔지 않은가. 이전 직장까지 합치면 근 20년이었다. 퇴사 이후는 항상 관심을 가졌지만 미처 준비를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 갑자기 회사 울타리 밖 생계 전선에 홀로 던져졌다. 마치 보호소에서 방사된 야생동물이 다시 자연을 맞닥뜨린 것처럼. 마냥 자유롭지만 생소한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숨죽이던 야성이 다시 살아날 때까지 포효하며 두리번거리던 한 해였다.


수입원은 뜻밖의 곳에서 찾았다. 그것은 퇴직자의 금융 레버리지였다. 퇴직금이 꽤 됐다. 좋은 직장 덕도 봤다. 퇴사 직전 최대한 받아둔 마이너스 통장 잔고가 빛을 발했다. 공공기관은 보통 직장보다 많은 연봉 1.5배의 대출이 가능했다. 1년 반짝 쓸 수 있는 옛 직장 찬스였다. 이 기회를 십분 살리기로 했다. 1인 기업 준비와 함께 소액 부동산(경매) 투자를 병행했다. 결국 연 2~3건 낙찰에, 연봉 1~2배를 벌겠다는 목표 수입의 최대치를 오늘부로 달성했다. 직장인 때 짬짬이 배워둔 기술이 도움이 됐다. 퇴직금을 재투자한 덕분에 생존 기간도 늘었다. 소위 야생의 필살기를 완성하는 3년을 버티는 월동 식량을 비축한 것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실감했다.


스스로를 축하할 겸 조촐한 송년 파티를 가졌다. 장소는 맥도날드, 파티 음식은 상하이치킨버그 세트였다. 이전 회사 다닐 때 습관이 독립하고도 이어졌다. 홀로 위로하고 격려할 일이 있을 때면 직장 주변 맥도날드를 찾곤 했다. 어느덧 이런 시간은 약간의 일상을 벗어나 편하게 즐기는 자기 포상이 됐다. 거의 유일한 외식 취향이기도 했다.


예년 이맘때를 생각했다. 온 회사와 부서들이 북적이는 시기였다. 팀 성과 발표부터 새해 목표 공유, 우수 사원 시상까지 분주했다. 전 직원 워크숍이 끝나면 회식으로 떠들썩했다. 송년회에 팀별 모임, 각종 연말 행사가 이어졌다. 특히 인사고과나 부서 이동은 직원 모두의 뜨거운 관심사이자 홍역 거리였다. 조직의 모든 역량이 이사회 개최, 예산 결산, 신사업 개발 등 신년 계획에 집중됐다. 회사뿐만 아니라 직원 개개인도 마찬가지였다. 늘 연말이 되면 자신의 업무를 정리하고 새해 계획을 다시 세웠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인생 목표를 돌아봤다. 흔한 연말연시 직장 풍경이다. 지나 보면 별로 달라진 것 없어 허탈해할 망정, 이런 과정을 통해 개인과 조직은 조금씩 성장해 간다.


1인 기업의 새해 계획은 더 각별하다. 사업 계획과 추진, 관리감독을 다 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자기 몫이다. 요 며칠 차분히 한 해를 돌아봤다. 새해 달려갈 모습을 떠올렸다. 올해 성과는 어찌 보면 실로 천행이었다. 한번 해보자는 절박함과 주변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 새해에는 올해 구상과 글로 쓴 내용을 실행, 또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자금이나 외부 의존을 벗어나 스스로의 힘을 키워야 한다. 야생의 필살기이자 주력 사업인 책쓰기와 강의, 기고 등의 수입을 만드는 것이다. 홍보 채널과 고객 접점, 외부 협력의 양을 절대적으로 늘려야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장기 결과 영역보다 단기 활동 목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분기, 월, 주, 일, 시간별 단위 활동과 핵심 성과 지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혼자 일하는 시간이 대부분인 만큼 의지할 동역자나 중간점검, 보완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기타 다른 가족 사업이나 투자, 통역처럼 당장 돈 되는 일 간의 균형도 필요하다.


새해에도 글의 힘을 믿는다. 쓰고 말하는 대로 이루는 놀라운 역사를 바란다. 내년 송년 파티에서는 더 많은 사람과 목표 달성의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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