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가족 발리 여행기
이곳이 너무 평화롭다. 다른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아메드에 있는 동안,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다고 마음속에서 계속 말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 속에서도 한국 뉴스를 보거나 소식을 알게 되면 틈틈이 심란해졌다. 뉴스에는 사건 사고들이 끊이질 않았다. 한국에 사는 동안에도 불안한 나라의 소식들이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되고 마음 한구석이 경직되었다. 이러다 전쟁이 나면 어쩌나 나라가 무너지면 어쩌나 등등.. 걱정이 내내 함께 머무는 느낌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이렇게 나라에서 멀리 떨어지니 일차적으로는 당장의 불안감들이 해소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하는 나라, 아이들과 살아가야 할 나라였고 여행에서도 절대 외면할 순 없는 현실이었다. 다시 돌아갈 나라와 일상들이 편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막막하고 두렵게 느껴진다면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인터넷 뉴스로 또 다시 울적해 지려 하다가도 이곳과 이 풍경 이곳에 오롯이 시선을 돌리면 다시금 지금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이곳에서 자연을 마주하는 동안 여행은 나에게 아낌없이 좋은 에너지를 가득 충전시켜 주고 있었다.
일단은 지금만 여기기로 했다. 지금은 지금뿐이니. 일단, 지금은- 오늘은 천국이었다.
드디어 요가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메드에 있는 유명한 요가센터인 블루 어스 빌리지 (blue earth village)는 즈믈럭 비치와 이어진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이 언덕에선 아궁산과 아메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요가원에 들어서니 정면엔 큰 아궁산이 보였고, 오른쪽으로는 푸른 아메드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요가를 할 수 있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는 일이었다.
수업을 해주실 요가 선생님은 한 사람씩 찾아가 직접 인사를 건네고 몸의 상태를 물어보셨다. 나는 아픈 왼쪽 어깨 이야기를 했고 선생님은 가능한 만큼만 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셨다. 이렇게 1:1로 모두에게 인사를 건네는 분은 처음이었다. 요가는 단순한 듯했지만 역대급으로 몰아쳤다. 더운 기운 탓인지 동작들의 영향 때문인지 몸에 열기가 가득해졌다. 어느 정도였냐면 마치 내가 아궁산이 되어 화산이 폭발해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다시 몸을 아메드의 바다처럼 차분히 식혀주셨다. 나는 그날 아궁산이 되었다가 바다가 되었다가 했다.
나는 물속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메드에서도 바다나 수영장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물 밖에서만 머물고 바다는 그저 바라보는 게 좋았다.
수영을 못하기도 하지만 물에 들어갔을 때의 그 느낌을 싫어했다. 예전에 태국 여행을 하던 중, 멋모르고 스노클링을 신청한 적이 있었다. 배를 타고 바다로 한참을 가다가 모두 바다로 뛰어들어 스노클링을 했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구명조끼를 입고도 겁이 나서 그냥 배에만 머물렀다. 하지만 멈춰 있는 배는 꿀렁이고 있었고 멀미가 나기 시작해서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들어갔다. 바다에 들어가니 멀미 증상이 사라졌다. 그렇게 사람들을 따라서 스노클링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입이 뾰족하고 긴 엄청난 고기떼를 만났다. 고기떼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때 공포를 느꼈다. 어찌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밖으로 몸을 뒤집고 누워 버렸다. '바다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구나.' 그때 실감 했던 것 같다. 십 년도 더 되었는데 아직도 바닷속 하면 그 고기떼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인도 고아에서는 허리까지 오는 바다에 들어갔는데 꿀렁꿀렁 치는 물결에 나도 모르게 점점 바닷속으로 들어가 발이 점점 닿지 않아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근처에서 수영하던 인도 청년들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여전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 바다의 기억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나는 바다가 무섭다.
그러다, 오늘은 다 같이 바다에 나가게 되었다. 남편이 딸아이에게 스노클링을 시켜주고 둘째와도 바닷물 놀이를 하고 싶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그렇게 바다 근처를 걷게 되었는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풍덩 바다에 뛰어들게 되었다.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남편이 계속 툴툴대던 게 짜증이 나 그랬는지, 바다가 나를 부른 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 순간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몸을 던졌다. (지금에 와서 느끼지만 바다가 나를 끌어 당겼던것 같다.)
이왕 옷이 젖은 김에 아이들과 가볍게 물놀이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첫째가 발이 아프다며 바다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어쩌다 손에 들고 있던 스노클링 마스크를 내가 대신 쓰고 오랜만에 바닷속을 한번 들여나 보게 되었다. ' 아메드가 스노클링으로 유명하다는데 한번 봐보기나 할까? ' 그런데 세상에나- 작고 파란 물고기, 열대어, 파란 불가사리, 각종 다양한 물고기들, 그대로.. 바닷속에 매료되어 주변을 돌아다녔다.
어디선가 백상아리가 다가올 것 같은 공포감을 잠깐씩 느끼긴 했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놀랍게도 그 시간은 나를 단번에, 정말 단번에 변화시켰다.
너무 좋다. 이걸 왜 이제 했을까-
모르겠다. 어메드 바다가 나를 확 끌어 당겼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결심했다.
이제 아메드에 있는 동안은 매일 스노클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