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역시 쉽지 않아
오늘은 해가 뜨기도 전에 바다로 나가 일출과 함께 스노클링을 했다. 뒤늦게 스노클링의 묘미를 알게 된 만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바다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은 즈믈럭 비치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항구가 있는 바닷속에 기세 좋게 들어갔다가 깜짝 놀라 곧바로 다시 밖으로 나와야 했다. 어제 본 바다와는 다르게 항구 쪽은 바닷속이 죽은 것 같고 썩은 것 같은 공포영화의 장면들 같았다. 어제 보았던 예쁜 바다가 아니었다. 바닷속도 다 같은 바다가 아니구나. 무서워서 다시 아메드 비치의 터틀 포인트로 향했다. 소문엔 즈믈럭 비치가 좋다고 하는데 나는 아메드 비치의 터틀 포인트가 훨씬 나았다. 바닷속을 구경하며 스노클링을 하다 보니 아주 깊은 구역까지 가게 되었는데 갑자기 깊은 구덩이가 나오니까 확 무서워졌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구명조끼에 바람이 빠지면 어떡하나 이게 없으면 나는 가라앉겠구나- 걱정이 들면서 공포를 느꼈다. 스노클링을 하다가도 조금만 무서워지면 중단하고밖으로 나왔다.
아메드에 와서 처음 묶은 이 숙소를 떠날 때가 되었다. 더 연장하고 싶었지만 내일부터는 예약이 다 차 있었다. 연장을 고민하던 사이에 방이 나가버렸다. 그래서 다소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곳을 찾아보아도 이만한 곳은 없어 보였다. 이곳에서의 시간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컸다. 하지만 별수 없다. 다른 지역으로 갈지 아메드에 더 있을지-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리는 아메드에 좀 더 있고 싶었다. 이곳에 머물 수 없다면 좀 더 아래지역인 리파 비치에 가자. 우리는 비치를 옮겨 좀 더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렇게 아메드 비치에서 3박을 보내고 4km 정도 아래에 위치한 리파비치로 이동하게 되었다.
리파 비치도 살아있는 산호를 볼 수 있는 스폿으로 유명한 곳이다. 비치와 인접한 곳을 알아보니 숙소비는 이전보다 조금 더 비쌌다. 그래도 아메드에서는 바다와 근접한 것이 굉장한 이점이기에 선택을 했다. 리파 비치는 아메드비치, 즈믈럭 비치보다 더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우리에겐 이곳이 더 좋았다. 잘 왔다. 정말 잘 왔다고 생각했다. 더 외지고 조용할수록 우리의 마음에 쏙 들었다. 한적한 여행 포인트를 선호하는 점은 남편과 정말 잘 맞았다. 그렇게 리파비치에서도 숙박 연장을 하여 13박의 일정 중 아메드에서만 6박을 머물게 되었다.
리파비치에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고 바다로 향했다. 리파비치는 고운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이라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았다. 둘째는 모래에 길게 도로를 내며 자동차를 가지고 놀았다. 그동안 집에서 바닥에 도로를 그리느라 혼나던 아이는 드넓은 모래사장을 실컷 도화지로 썼다. 아이야, 너의 세계가 이렇게 넓었었구나. 우리가 사다 준 종이들은 너무도 작았다. 여기에선 실컷 그리렴. 바다를 보며 썬베드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좋았다.
리파비치에서의 첫 스노클링, 다양하고 아름다운 산호를 기대하며 리파비치에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무서웠다. 흙구덩이 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디가 산호가 있다는 거지? 살아 있는 산호가 펼쳐진다더니- 무서워서 물 밖으로 나오려다가 뜻밖에 거북이를 보았다. 리파비치에서는 거북이에 가오리까지 만났지만 눈앞에 펄럭이는 가오리 생물은 막상 너무 무서워서 자세히 안 보고- 나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파닥파닥 열심히 헤엄쳤다.
스노클링을 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물살에 옆으로 둥둥 떠내려간적도 있었다. 물이 출렁이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 그때 남편이 장난 삼아 튜브를 타고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쪽으로 못 가겠다고 소리를 쳤다! 장난인 줄 알았던 남편은 정말 파닥대는 나를 끌고 해변으로 끌고 갔다. 그때 남편이 장난 삼아 들어오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로 둥둥 아래로 내려갔을 것이다.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떠가며 다시 바다의 무서움을 느꼈다. 역시 바다는 무서워. 바다에서 까불면 안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