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교수님이 남으라고 하셨나요?”
조금 놀란 듯한 얼굴로 네가 돌아봤다.
“네..”
“왜 남으라고 하셨는지 아세요?”
“아뇨, 저도 잘...”
나는 떨리는 마음을 눌러 가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전부터 친해지고 싶었는데.. 이제야 얘기해 보네요.”
“아, 진짜요? 왜요?”
“뭔가 미술 할 것 같이 생기셨다고 해야 하나..? 미술 하시는 분들이랑 친해지고 싶었거든요.”
“미술 할 것 같이 생겼어요? 진짜요?”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은 대화였지만, 나로서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기뻐하는 듯한 네 모습에 나도 조금은 긴장이 풀렸다. 사실 이름과 학부정도는 출석을 부를 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너는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그게 어떻게 생긴 건데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이건 진심이었다. 그녀는 지적이고 밝아 보였으며, 설명하긴 어렵지만 정말로 미술을 할 것 같이 생겼다.
“그래요? 신기하네.”
나 또한 너와 대화하고 있는 이 순간이 믿기지 않았다.
“맞아요, 저 디자인과예요. 그리고 미술사도 되게 좋아해요.”
“저는 어느 과 같아요?” 내가 물었다.
“음..경상학부?” 조심스럽게 대답하는 너였다.
“비슷해요. 연극영화과예요.”
“뭐예요, 그게 뭐가 비슷해요.” 너무나 예쁘게 웃는 너의 모습에 내 학부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고대하던 너와의 대화가 한창일 때, 강의실 문을 열고 교수가 우리를 불렀다.
나는 강의실에 들어섰던 그 순간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강의실 창문으로는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고 바람에 얇은 커튼이 살랑이고 있었으며, 그 넓은 강의실에 아무도 없었다. 마치 어느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둘이 편한 대로 앉아볼래?”
교수의 말에 나는 너의 옆자리에 앉으며 생각했다, 꽤나 운명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