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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도 잔인하다.

5화. 그를 놓아주는 법

by hongrang

시간은 흘러, 계절이 한 바퀴를 돌았다.

이제 소라는 바다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미세한 기억들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들을 차근히, 아주 천천히 접어 서랍 속에 넣었다.


이감독과의 연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상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대화는 점점 짧아지고,

그의 목소리는 더 자주 피곤해졌다.


“요즘은 좀 괜찮아요?”

그녀가 물으면,

그는 늘 같은 대답을 했다.

“괜찮아지고 있어.

이제 일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어.”


그의 말속엔 미묘한 거리감이 있었다.

예전 같지 않은 톤,

이제는 의무처럼 느껴지는 안부의 리듬.

그녀는 그 미묘한 틈을 느꼈다.

그 틈이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어느 순간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게 어쩌면 놓아준다는 뜻일지도 몰라.

홍랑은 여전히 그녀의 곁에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녀가 밤늦게 나가고,

아침에 돌아왔을 때 —

그는 늘 부엌에서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불 켜진 식탁 위에 김이 오르는 머그잔 두 개.

그의 눈 밑에는 잠을 못 잔 흔적이 선명했다.

그녀는 그 눈빛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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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감성을 예술로 표현하고, 디자인과 콘텐츠로 확장하여 사람들과 소통하는 아티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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