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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세에 아기 낳은 중년의 애엄마, 1년을 보내보니.

출산? 비출산? 그럼에도 추천여부를 묻는다면,

by 송수연

43세에 아기 낳은 중년의 애엄마, 1년을 보내보니.

어제 새벽에 아기가 갑자기 일어나 대성통곡했다.


잘 자고 있던 노쇠한 중년 부부는 방망이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혼비백산 이리저리 뛰었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조그만 아기는 마치 오장육부 어딘가 크게 잘못된 것처럼 울었다."병원 가야 되는 거 아냐?"를 부부 둘이서 번갈아 내뱉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어느샌가 아기는 고요히 잠들었다. 쓰나미 후 잔잔해진 바다처럼...


바로 응급실에 가지 않았던 이유는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허겁지겁 외투를 걸치고 아기를 들쳐업은 후 용수철처럼 튀어나가 병원으로 향했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언제 울었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치는 아기를 옆구리에 끼고 묵묵히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었다. "그래, 큰일 아니길 다행이다."


내가 43살이 되도록 아기 낳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소중한 존재가 생긴다는 것. 그 존재로 인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한다는 사실이 영 탐탁지 않았다.


인연을 깊게 맺으면 항상 그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내게 소중한 존재 같은 건 남편이나 부모님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우리 집 터줏대감인 새 한 마리. 그렇게도 내 인생은 이미 번잡스럽기 때문에 (하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아기를 낳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며.


밤잠 못 자고 낮잠 못 자고, 아기가 자는 틈을 타서 쥐새끼처럼 사부작거리며 일한다. 그러다 아기가 깨면 꼼짝없이 베이비룸에 갇혀서 '개, 고양이, 경찰차'등이 적혀 있는 아기용 단어책을 열 번쯤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무급 단순 노동자의 삶.



그래서 대체 어떻다는 얘기냐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분명 그랬다. 어제 새벽에 쓰나미를 맞아 혼비백산했었다. 그리고 머리에 총맞은 것처럼 오늘 이런 말을 백번쯤 했다. "너무 귀엽지 않아?", "아유 이뻐 우리 아기."


아기를 낳으면 엄마는 뇌의 어느 기능이 고장나버리는게 맞다. 잠을 못 자서 정신이 어떻게 돼버린 걸지도 모르지. 새들도 아가양도 다들 자는 새벽에 나만 혼자 탈털 털린 건 분명한데 고통은 미화되고 귀여움만 남았다? 대체 이게 무슨 조화일까.


나보다 아기를 싫어하던 남편은 한술 더 떠서 이렇게 말했다.


"하루 못 잔다고 안 죽어."


이럴 수가.

난 남편이 가출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했었다.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



임신 기간까지 치면 엄마 된 지 벌써 2년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소회를 털어놓자면 뭐랄까? 컴퓨터가 업그레이드되었는데 아직 사용법을 모르겠는 그런 기분이라고 말하면 비슷하려나 싶지만 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런 기분이다.


아기가 있어서 힘든 게 49, 좋은 게 51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아기를 낳는다고. 내가 딩크로 살 적엔 저런 말이 와닿지 않았다. 뭐 당연하다. 경험이 없으니까.


그래서 언젠가 아기를 낳으면 공감이 되려나 했지만.... 내 사고 체계가 복잡해서인지 여전히 그 말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 이게 힘든 것과 좋은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문제인가! 나는 모르겠다.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몰라서 의견을 정하기 어렵다는 듯이다.




나처럼 마흔 줄까지 무자녀였던 사람들은 내게 출산 이후 삶에 대해 묻는다.



아기 낳는 거 고민인데 추천하세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무언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생각이 정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로나 커리어, 심지어 연애에 대한 상담도 척척 잘도 하는데 출산과 육아만큼은 단순화하기 쉽지 않다. 아니, 엄두가 안 난다는 게 맞다.


내 개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끝장나게 운이 좋았다. 성찰을 좋아하고 화도 잘 안난다. 30대 승무원 시절, 심심해서 발달 심리학 공부를 했었고, 아기도 없으면서 부모 교육, 대화법, 공감과 경청에 대해서 공부했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을 40살이 다 되어 만났다.


끝내주게 운이 좋아서 40 중반에 아기를 낳았다. 20대에 아기를 낳았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 매일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자기 연민에 빠져서 살았을 것이다. (아마 그럴걸?)


그래서 누구에게 감히 추천하지 못한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 다르므로.

그럼에도 추천여부를 묻는다면,



안 낳아도 괜찮아요.
현재 있는 그대로의 삶을 행복하게 누리는 게 최고!



저녁시간, 냄비에 물을 끓이던 남편이 "나 지금 물 안 따라버리고 바로 짜파게티 끓인다?" 하고 본인의 희한한 요리 실력에 의기양양해했다. 아기는 엄마 아빠가 뭘 먹는지 구경도 못하고 침대에 곯아떨어져 있었다.


짜파게티 봉지를 뜯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나지막하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


"고마워. 내 가족이 되어줘서."




안녕하세요!

송수연입니다.


오늘로 <40살 출산, 아기 출산의 기쁨> 브런치북 매듭짓습니다.

하하.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큰절)


혹시, 관련하여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댓글 남겨주세요.


다음 주부터는 워킹맘들에게 꼭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담긴 <승무원처럼 소통하고, 글로벌 리더처럼 행동하라> 브런치북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래 주실 거죠? (막무가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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