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온라인에서는 출산과 육아에 부정적일까?

현실세계의 엄마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by 송수연


현실세계에서 만나는 지인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되어서 행복해.
수연이도 아기 낳으면 정말 좋을걸?


어느 선배 강사님이 "낳지 마 낳지 마. 뭐 하러 낳아?."하며 만류했던 일 외에는 100명이면 100명 모두 한결같이 같은 말을 했다. "아기를 낳으면 힘든 일도 있지만, 아기 덕분에 행복한 일이 훨씬 많은걸!"




출산 준비를 위해 온라인 세계의 엄마들과 소통하며 새롭게 안 사실이 있다. 온라인에서의 출산/육아에 대한 소감은 현실 속 주변인들의 그것과 무척 다르다는 것이다. 180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약 175도 정도는 다르다. 그 점이 꽤나 놀라웠다.


온라인 속의 엄마들은 내가 현실에서 만난 엄마들과 달랐다. 출산과 육아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같은 현상에 이토록 소감이 다르다니? 대체 무엇이 진실인거지?


현실과 가상세계의 괴리가 이토록 큰 영역이 있을까? 익명의 세계에서 오히려 철저히 가식을 덜어내고 솔직한 소감을 이야기했을 테니... 실제로는 무지막지한 가시밭길이 바로 임신/출산/육아의 3단 콤보인 것일까?! 하는 추측에 43년을 오로지 자기 안위만 고민하며 살아온 중년 임산부였던 (나)은 손을 달달 떨었다.


나에게 임신 출산을 추천하던 지인의 멱살을,,, 아니 두 손을 고이 잡고 "저기, 그 추천,,, 진심이니?" 하며 확인할 수도 없고 참 난감했다. 왜냐하면 어떤 분은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일 정도로, 온 진심을 다해 추천했기 때문이다.


"수연아... 정말... 꼭 다시 한번 생각해 봐. 아기는 축복이야...."


그런 분에게 "저기요, 조금은 거짓이죠? 사실은 무척 힘드신 거죠?"하고 물을 수 있을 리가....





그리고 아기를 낳았다. 그리고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그녀들의 전혀 다른 소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실은 비슷한 행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후훗



그렇다.
아기는 축복이고, 정말 행복하다. 진실로 그렇다.


임신/출산/육아 3 콤보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인생은 이전보다 훨씬 깊어졌고 분명 더욱 빛이 난다. 여자로 태어나서 이처럼 끝장나게 본질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임신 과정 동안 남성들이 가엽기까지 했다. 이런 엄청난 경험을 단지 자궁이 없어서 할 수 없다니...


그러므로 누군가가 지레 짐작하여, 혹은 지레 겁을 먹어 임신/출산을 꺼리겠다면 두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만일, 출산 후 후회가 된다면,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을 길이라면, 나를 고소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육아는 조금 결이 다른데, 적어도 3년동안 엄마는 꼼짝없이 아기의 손발이 되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너무나 피곤할 때 에미넴이 자기 엄마의 욕이 담긴 속풀이 랩을 하듯이 육아의 괴로움에 대해서 속풀이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예예!

매일매일 모조리 내 시간을 가져간 베이비!!
새벽마다 에브리 내 꿀잠을 깨우는 베이비!!
내 얼굴 찹찹 찰지게 때리면서
자기 얼굴은 찹찹 세수도 제대로 못 시키게 화 빡빡 내?

적반하장 베이비!!



그래서 인생은 정말이지 본전이다.


다만,

그저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 40년 인생을 돌이켜보면 가장 좋았던 시간들이 나 홀로 편히 지냈던 시간이 아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험난하고 괴롭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던 그때.


그 시간이 켜켜이 쌓여서 깊이가 되고, 일이 되고, 삶이 되었던. 비록 힘들었지만 가장 소중하고 보람 있는 시간들...


물론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면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절대로.

다만 쌓아가던 시절의 나를 한 번쯤 만나 꼭 안아주고 싶다. "너의 노력으로 내가 지금 이렇게 편하게 살고 있어. 너무 고마워." 하며 응원하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또 다른 20년 후는 어떨까? 2025년 현재 진행 중인 고된 육아의 노곤함을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올 것 같지는 않고... (?)


그러나 적어도 아기 낳아 키운 것만큼 보람된 일이 있을까! 하고 감탄하는 노인이 되어 있을 것은 분명하다.

아기가 사춘기 시절 지나 어느새 성인이 되어 엄마의 곁을 떠나게될 때 과연 후련하기만 할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잘해줄걸, 화내지 말걸, 많이 안아줄걸....


그리고 이럴껄?


삶이 힘들어 안전기지로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돌아와 쉴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고 기다릴게 분명하다.

너는 나의 분신,
나의 전부,
나의 끝 사랑이니까.





여러분 축하해 주세요!

이번엔 제대로 금요일에 연재를 하였습니다 박수!!!!!


사실 그 비결은, 설 연휴 휴가 기간이라 남편이 같이 있기 때문이죠.

독박육아, 아니 독점육아 중이었다면 저는 또 변명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후후


어쨌든 저는 해냈습니다 만세

다음 주도 해낼 수 있길, 아기에게 낮잠 기운을 불어넣어 주세요!!!




부켓에 올라온 송수연 작가의 2번째 글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