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가 없기 때문에 좋은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끔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남편을 보면 내가 조금 괴로워도 좋으니 남편에게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어쨌든 시월드가 없는 나는 보통의 유부녀들에 비해 편안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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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없다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은 어떻게든 문제를 만들어내고야 마는 존재라 평범한 일에도 의미 부여를 하며 자기 무덤을 판다.
담배 피우는 남편을 가진 아내가 제발 우리 남편이 담배만 안 피웠으면 좋겠다 하다가도 막상 담배를 끊으면 술도 좀 안 마셨으면 좋겠다 한다. 술 마시는 것을 그만두고 나면 아이들하고 잘 놀아줬으면, 쓰레기만 좀 버려줬으면 하고 문제를 재생산해낸다.
술, 담배도 안 하고 아이들하고 잘 놀아주면서 쓰레기도 잘 버려주고 나면, 이제 돈만 조금 더 잘 벌어다주면 완벽할 것 같다. 그러나 결코 그런 일은 없다. 사람은 완벽하게 만족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일 완벽하게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시적 환각 상태이거나, 도를 깨우쳤거나 죽을뻔했다거나, 그 어떤 것도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왜 완벽하게 만족할 수 없을까?
인간은 욕구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성장의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 사랑받고 싶은 욕구, 이런 욕구들로 시기심, 질투심은 물론 열등감과 우월감을 만들어내며 나와 타인을 비교하고 평가하며 판단한다.
욕구를 가진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완벽히 만족하기 어렵다. 애초에 뇌는 부정적인 정보에 더 집중하며 불쾌한 감정을 만들어내게 되어있다. 좋은 점은 이는 스스로를 성장시키는데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불만족의 공식은 자신에게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대입된다. 특히 배우자나 자식에 대해서는 뭐든 대충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들은 나와 너무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운명 공동체나 다름없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내가 너고 네가 나 같아서 자꾸만 내 맘 같길 원하게 된다. 거울을 보듯 나의 허물을 그들에게서 본다. 자신의 부족함을 운명 공동체들에게 죄를 씌워 모두를 괴롭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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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부부란 불만족 공식으로 인해 끊임없이 문제를 만들어내는 관계로 '문제'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부정적 감정이 두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게 된다. 평생 고통이다. 부부의 연이나 자식의 연은 맺는다는 것은 곧 평생 지고 갈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뜻과 같다. 다양한 감정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이 있겠지만 고(苦)는 필연적이다.
그러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 중 가장 행복한 감정은 깊은 사랑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깊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이자 기쁨의 시간이다. 에로스적인 사랑이 아닌, 아가페적인 사랑을 할수록 그 행복감은 깊고 오래 가게 된다.
대개의 부모가 자녀에게 느끼는 깊은 사랑이 바로 아가페적 사랑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형언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므로 생명을 바쳐 키워낸다. 그러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마냥 밑동만 남기고 잘려나가는 고통은 필연적이다. 그런 고통을 감내할 각오가 없이 아이를 낳은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그 상처로 인해 어딘가 텅 빈 어른이 되어 끊임없이 무기력과 싸우며 산다.
고통을 기꺼이 감수할 만큼 사랑할 수 있나요?
만일 당신이 욕구를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신은 당신이 그러고 싶건 말 건간에 상대의 생각, 말,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원래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렇게 자기를 보호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결혼을 하려거든 반드시 고통을 감수할 각오를 할 만큼 소중한 존재와 하자.
만일 이미 지금의 상대로 인해 고통스럽거든 그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보자.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영원한 고통의 길,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결혼은 장난이 아니라니까....
송수연 코치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현재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