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보기: 임신 소식을 듣고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손을 잡고 병원에 갔다.
엉겁결에 아빠가 되어버린 그다.
그는 다행히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역시 남편이 나보다 낫다.
심장이 쪼끄맣게 타들어갈 것 같은 아내는 여전히 불안하게 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내 뱃속에 정말 아기가 있는 게 맞나?
오늘 심장소리를 듣고 나면 명확해지겠지.
남편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심장 소리를 듣지 못한 상태에서는 도무지 아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똑, Are you there?
심장소리 듣고 난 뒤에!
동네방네 알릴 테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내 두툼한 뱃살 너머에 아기가 있는 게 맞았다.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였다.
오 마이갓 세상에.
아기라니?
아기의 심장소리는 덩기덕 쿵덕쿵덕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신나게 뛰었다.
헐
심장소리라니?
40대 중년 부부는 감격스러워서 말을 못 잇고 있는데 의사는 마치 떫은 감을 씹은 표정이다.
묘한 정적을 깨고 의사는 말했다.
"저는 심장 소리가 조금 느린 게 걱정이네요."
왓 더?
오늘 심장 소리가 들리면
아주 기쁘게 부모님에게도 절친들에게도 알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
심장 소리가 느리다니요......
심장 박동은 118 bpm이었다.
적어도 120 이상은 뛰어야 한다며.
...
....
..........?
아이의 심장은 느렸으나
나의 심장은 몹시 빠르게 뛰고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고 어버버 하는 사이에 진료는 끝이 났다.
다음 주에 다시 와 보라는 소리를 뒤로 한 채 산부인과를 나왔다. 118 bpm이 적힌 초음파 사진을 손에 들고.
남편은 나를 꼭 안아주었으나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날은 대전 왕복 출장이 있던 날,
낙심한 마음을 그대로 안고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털썩 누워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
43살 어른답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전으로 무거운 발길을 옮길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