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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Jun 29. 2023

심장 느린 거 괜찮은 거냐고요

41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아기의 심장 박동이 느리다고 한 날 밤,

우리 부부는 부모님의 집으로 갔다.


초음파 사진을 건네자 엄마는 도무지 이게 뭔가 하고 요리보고 저리 보고 하셨다.

보다 못한 아빠가 "이거 그거잖아요 아기 초음파 사진요."


엄마는 누가 죽은 것처럼 오열을 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니까 덩달아 눈물이 났다.


기절 안 한 게 다행이다.




아기의 심장 박동이 느리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다가 좌절했다.

10명 중 9명이 유산이라니.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그 다음날 다른 병원에 갔다.


분만병원이었다.


의사는 갸우뚱하며

느리지 않은데요? 정상입니다.라고 했다.


박동수가 몇인데요?라고 묻자 그녀는

재보진 않았지만 130 이상은 될 거예요. 하고 말했다.


나는 어느샌가 예민보스가 되었다.

심장이 느리다고 해서 걱정되어 왔는데

왜 박동을 재주지 않는 거지?


정말 이상한 의사 아닌가? 하고서 짜증이 슬쩍 올라왔지만


어쨌든 정상이라고 해주니까 고마웠다.


단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던 이 생명체는 어느새

내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이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전하며

40살 초보 엄마는 그제야 쬐애끔 안심할 수 있었다.


노산이어서

준비하지 않아서

딩크였기 때문에


너무 몰랐다.

이렇게 인생이 다채로울 수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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