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괜찮은 하루였다. 조증 환자마냥 퇴근길에는 음악도 크게 틀도 운전하며 노래도 따라불렀다.
우리팀에서 갔어야 할 장거리 출장이 있었는데 다행히가지 않게 되었다. 출장은 우리팀 2인 예정이였는데 담당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동행자 1명는 내가 지목 혹은 요청해야 했던 상황이라 지난 주말부터 신경이 쓰였다. 자기네끼리 가겠다 하면 너무 좋지만 다들 가기 싫어서 술렁이는 마당에 팀장인 내가 결국 한명을 꼽아야한다는게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잘 됐다.
내가 퇴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걸까? 타인들의 예민한 영역들을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거?
나는 그저 아무에게도, 아무 영향도 끼치고 싶지 않다.
내가 팀장이 아니라면 퇴사하지 않을까? 돌이켜보니 퇴사를 고민했던 지난 7년간 나는 팀장이었다. 우연일까?
오늘 하루종일 교육을 받으러 외부에 다녀왔다. 그저 내게 도움이 되는 교육에 참여했을 뿐인데 주최 센터에서 내게 비싼 도시락도 주고 내 취향에 맞는 커피도 사다주었다.
자주 보지 않는 사람들이었지만 내게 친절했고 내가 하는 시덥잖은 농담에도 그들은 잘 웃어주었다. 처음 보는 직원도 내게와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간식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그냥 아무개라도 그들이 내게 친절할까? 내게 공짜 교육과 식사, 커피, 간식이 제공될까?
퇴사하면 이런 호의나 친절은 없겠지. 이 직함이 없다면 나는 그냥 지나가는 아줌마일뿐이지…. 하며 다시 또 퇴사를 결정한 내 발목이 잡히는 느낌이 든다.
아무도 내 발목을 잡은 적이 없는데 나혼자 발목을 묶었다 풀었다 한다.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바뀌는 마음 속,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나오는 질문,
‘그래서 퇴사해야 할 이유가 뭔데? ’
나도 모르겠다. 퇴사해야 할 이유도, 회사에 남아야 할 이유도, 이 상태가 벌써 7년이라니… 놀랍고도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