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5개월 6일전-소외

by 퇴사마

내년도 지출에 관한 계획을 세우다 멈칫했다.


내 수입이 없으면 어떻게 되지?


리더 역할을 하게 된 이후로는 팀원들과 거리를 두었다. 더 이상 어울릴 수 없다고 여겼다. 지금 생각해보니 고작 3-4살 차이였는데 그때 나는 오더를 내리는 입장이라 그들이 나를 불편해 할거라 여겼다.


모를 일이다. 그들이 나를 불편해했을지.


그렇게 스스로 회사 내에서 나를 고립시켰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리더들과는 친해지기가 어려웠다. 담당자 없은 일감이 떨어지면 서로 맡지 않으려 으르렁대야 했고 경쟁하는 입장에서는 지지않으려 서로에게 날을 세웠다.


그렇지만 나는 혼자가 편해 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고립, 소외


남들이 봤을때 차가운 리더,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개성강한 누군가였겠지만,


연막이다.


그냥 소외당할까 미리 나를 고립시킨 겁많은 아무개.


조직 내 소외된 인간망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꼴이 우스워지거나 내 존재가 들통날까 전전긍긍하는 아무개.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가 다른 누군가, 특히 내가 싫어하는 A와 같이 밥이라도 먹고 온 것 같이 보이면, 다시 난 고슴도치처럼 웅크린다.

그래 난 원래 혼자가 편해, 그렇지?


그리고 또 다시 떠오른다.


그냥 퇴사할까?


내 허접하고 미숙한 인간관계가 들킬까 전전긍긍하다 결국 또 퇴사를 떠올리고 만다.


관계 때문에 내가 퇴사하려 하는걸까?


여기서 나가면 이만큼의 인간망도 이제 없어질텐데?


회사는 다니되 아무도 나를 볼수 없으면 어떨까? 투명인간 같이.


출퇴근도 하고 일도 하지만 인간망은 생략되는 그런거.


괜찮을 것 같은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서너번 떠오르는 A.


나는 왜 이렇게 그가 싫을까?


처음에는 그의 답답한 일처리 방식과 융통성 없음, 권위주의적인 태도에 역겹도록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도 않은데 여전히 조직 내 나의 인간망을 떠올리면 그가 생각난다.


그러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욕구가 올라온다. 내가 고작 그런 이유로 이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지. 나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 누구 좋으라고 내가 나가? 좋아할 인간은 A뿐인데.


철수하고 싶다. A에서 기인한 미움에서, 회사에서, 인간관계에서.


그래서 몇년전 내 유일했던 절친 동료도 퇴사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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