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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말이

[내만나먹 어깨너머 레시피] 내가 만들어 나만 먹으면 된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달걀말이를 잘하게 되었다. 달걀말이는 원하는 대로 단단한 모양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달걀 반죽을 프라이팬에 붓고 언제부터 말기 시작해야 하는지 가늠이 안 된다. 우선 프라이팬 모양에 맞춰 동그랗게 펼쳐져 있는 반죽의 끄트머리를 살짝 들어 프라이팬의 안쪽으로 덮는다. 두 번째가 제일 어렵다. 첫 번째보다 접어야 하는 길이는 길어져 있는 상태다. 달걀 반죽은 여전히 액체 상태. 뒤집개를 익고 있는 반죽과 프라이이팬 사이로 슬쩍 밀어 넣어 본다. 아직 응고되지 않은 달걀 반죽은 축 늘어진다. 달걀 반죽이 다 익기를 기다렸다가 말게 되면 돌돌 말리지 않고 풀어져 버린다. 두 번째 접기만 잘 넘어가면 된다. 적당한 기다림을 깨닫게 되면 흐트러짐 없이 말아가는 작업을 끝낼 수 있다.    

  

달걀말이를 잘하게 된 것에 안도하는 이유는 할머니의 달걀말이를 어느 정도 재현할 수 있어서다. 우리 집 달걀말이는 내 도시락 반찬이기도 했지만 식구들의 밥반찬이기도 했다. 다진 양파가 잔뜩 들어가 있던 달걀말이는 익은 양파 덕분인지 유독 달달한 맛이 많았다. 어쩌면 설탕을 넣으셨을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웬만한 음식에는 빠짐없이 설탕을 넣으셨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좀 놀랐었다.) 색깔을 맞추기 위해 쫑쫑 썬 대파가 들어갔고, 아주 가끔 다진 당근이 들어갈 때는 달걀말이는 오색 창연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식당의 메뉴로 팔리는 달걀말이를 먹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엉성했다. 헛살 찐 것처럼 부풀어 오른 달걀말이의 식감은 푸석했고, 내 혀가 기억하는 달걀말이의 간보다 싱거웠다. 할머니의 달걀말이는 엄지손톱 정도의 두께를 넘지 않았고 ‘짭조름’했다. 달걀말이 한 토막으로 밥숟가락 두 번은 해결되었다. 생각해보면 달걀이 좀 있을 때나 달걀말이를 먹었다. 닭장에서 아침에 막 꺼내온 달걀은 할아버지 밥공기 위에 깨뜨려졌다. 할아버지는 생달걀을 참기름이랑 외간장과 함께 썩썩 비벼 드셨다.      


나는 달걀말이를 자주 만들지 않는다. 양파 다지기는 맵고, 파를 썰고 당근을 다지는 것도 귀찮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넣지 않는 달걀말이는 또 하기 싫다. 그건 그냥 지단이다. 뭔가 정성스레 다져진 채소가 들어가 있어야 나에게는 달걀 말이라는 음식이 된다. 아주 가끔은 달걀말이 만들 생각을 한다. 잔칫날인양 기름에 달걀이 익어가는 냄새를 온 집안에 풍기고 싶을 때면 달걀말이가 생각난다.           


내만나먹 어깨너머 레시피 : 달걀말이

① 기본 재료는 달걀, 소금, 양파, 파, 식용유

② 다진 양파와 파는 적다 싶을 만큼만 넣는다. 많이 넣으면 잘 익지 않고 말기도 쉽지 않다. 

③ 중불을 유지해야 겉도 덜 타고 속 끼지 다 익는다.     


[ 더 첨가하면 좋은 것들]

후추 : 달걀의 비린내를 잡아 준다.. 아주 조금 넣는다. 후추 냄새 싫어하면 안 넣으면 되고.

당근 : 맛에는 별 상관이 없지만 곱게 다져 넣으면 단면이 예쁘다.

물: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고 싶다면  달걀 2개에 물 한 숟가락을 넣는다. 

소주 : 달걀 비린내에 민감하다면 물 대신 소주를 같은 양 첨가한다. 

액젓 : 감칠맛을 더 내고 싶다면 멸치젓, 까나리액젓 등 딱 한 방울만 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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