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되었지만 개발 시대에 꿈꾸던 멋진 선진국이 된 것은 아니다
https://m.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c6be328e4b01cea6b892dfb?554#cb
문재인 정부가 포용 국가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였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공부 못해도, 일 많이 안 해도, 늙어도 편하게 먹고살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국가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성장하게 했던 생존 경쟁의 치열함이 빠진 국가이다.
많은 언론들이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기 딱 좋은 발표이지만 난 이 방향이 좋다. 전혀 실현 불가능한 꿈일 수도 있고 산업 발전의 속도가 느려진다고 할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그렇지만 국가의 방향성은 이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곳을 지향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선진국이라는 증거이다. 다시 산업화 시대 제조업 마인드로 돌아가 노동 시간 늘리고 최저 임금 낮추는 방향으로는 미래가 없다.
쉬고 생각하고 영위하는 것은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너무 어색한 일들이다. 그렇지만 제조업을 넘어선 혁신은 생각하는 시간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은 근간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고, 부동산 대박도 더 이상 터지지 않고 안정화되고, 고임금 고물가 선진국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방식의 대박과 산업 성장은 추구하려고 하면 할수록 한 사람 한 사람을 아무리 달리려고 해도 나아가지 않는 수렁으로 끌고 들어간다.
선진국이라는 것이 모두가 놀고먹을 수 있는 이상 세계라는 뜻은 아니다. 공부 잘하던 청소년이 어른이 된 것처럼, 지금까지 성장의 공식은 아무런 소용이 없어진 어른 국가가 되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청소년기에 꿈꿔왔던 멋진 어른이 된 것도 아니다.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는 공부만 열심히 해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찌질한 어른이 되었다. 청소년기에는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해서 세계 1등이 될까만 생각했다면 어른이 된 지금은 어떤 사람이 될까, 내가 이 사회에서 지금까지 배운 것을 이용해 어떤 역할을 해서 먹고살아야 할까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개발도상국으로서 1등 성장 국가가 되려고 노력했다면 이제 개발이 완료된 선진국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이 기술과 자본을 가지고 어떤 혁신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더 이상 많이 일한다고 더 많이 성장을 할 수는 없다. 청소년 때 많이 먹으면 키가 크지만 어른은 많이 먹으면 살만 찐다.
국가가 기본 생활을 영위하게 보장해주고 편안하게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나라. 혁신에 도전했을 때 신용불량자가 될 것 같은 공포가 아닌 각자의 미션과 비전을 향해 실수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나라. 이러한 나라가 당장 이루어지지는 않더라도 방향만은 그렇게 설정해야 한다. 치열함은 이제 생존 경쟁이 아니라 미션을 이루기 위한 혁신적인 고민에 쓰여야 할 단어이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이렇다. 혁신은 배고프고 긴 시간 노동하고 쉴 시간 없고 직장에 매여있어 생각할 시간도 없는 사람들에게서 나오기 힘들다. 어느 정도 일 안 해도 먹고살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여유롭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 치열하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