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알까.
어떤 날의 공기는 유난히 점도가 높아서,
숨을 들이마시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밤이 찾아오고 혼자가 되면
그 공기는 더 천천히, 더 무겁게 방 안을 채운다.
어둠에게 잡아먹힐 것 같은 두려움이 먼저 들어온다.
그럴 때면
나를 잠시라도 구해줄 사람을 찾게 된다.
손톱을 물어뜯으며
연락처를 빠르게 넘겨본다.
아는 이름들이 계속 지나간다.
누군가는 잘 지내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를 잊었을 것이다.
어떤 이름 앞에서 손가락이 잠깐 멈춘다.
전화를 걸어볼까.
그 사람은 지금 자고 있을까.
아니면 나 때문에 하루가 무거워질까.
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상대의 표정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해 본다.
괜히 연락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까.
엉망인 내 상태를 설명해야 하는 밤이 될까.
민폐라는 말이 먼저 떠오를까.
잠깐 멈춘 손가락은
결국 아무것도 누르지 못한다.
화면을 끈다.
방 안이 다시 어두워진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이불속으로 고개를 묻는다.
깊은 불안은
눈물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깊어지는 우울과 불안에 맞춰
조금씩 늘어나던 약이
이제는 손바닥을 가릴 만큼이 되었다.
손바닥 위에 수북이 쌓인 알약들을
한 번에 삼킨다.
물 한 컵을 비우고 나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남지 않는다.
약으로 나를 재우고,
나는 잠시 이 세상에서 잊힌다.
나 역시 세상을 잊는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눈을 뜨면
방 안에 햇빛이 들어와 있다.
밤에 있었던 일은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세상은 어제와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
나도 그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밤마다 사라지는 사람도, 아침이면 다시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