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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샤인 Apr 24. 2022

잠을 잊은 그대에게

늦은 시간 녹차를 마셨더니 잠이 오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걸었고, 대화가 많았다.

가끔은 의도치 않은 말이 흘러나와 스스로 날아다닌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스로 말의 날개를 꺾어 품안에 넣고 잠재우면서 시간을 보냈다.


11시에는 잠들곤 했는데 어제 하루 새벽 한 시가 넘어 잠들어서 일까.

카페인에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기계적으로 노트북을 켰다.

불은 켜지 않았다.

그저 자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명에 기대어 생각에 대한 정리를 시작한다.


나는 달라졌다. 정확히 환경이 달라졌다.

기존 사무실을 내놨고, 새로운 사무실을 계약했다.

함께 일하는 식구들이 생겨났고, 새로운 클라이언트들이 생겼다.

믿었던 사람들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되었고,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가까웠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관계를 조망하고 싶어졌다.


'나는 잘 가고 있는 것일까?'


오늘은 거리에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는 한 여성을 보았다.

봄에 어울리는 살랑 거리는 치마, 그 위에 청자켓을 입은 그녀는 어느 술집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그리고 도로 쪽으로 다시 한번 눕는 자세로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얼마나 마신 것일까?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야릇한 눈빛으로 보는 남성들, 도울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 흰 벅지를 드러내자 담요를 가지고 나타난 가게 아르바이트생... 결국 경찰분들이 오셔서 그녀를 데리고 갔다.


'그녀는 어디쯤 가고 있으려나?'

'그녀는 잘 가고 있을까?'


'나의 영혼도 행여 그녀처럼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헤매는 건 아닐까?'


Live Simple, Think High!

그녀도 나도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 안착하길...

그 길이 뜻하지 않은 곳으로 나를 이끌더라도 나의 색을 잃어버리지 않길.


많이 걸었다.

많이 싸웠다.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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