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는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과 바람이 쌍방적이면서 이 상태를 서로 인지하고 있는 품성 상태라고 한다.
짠. 한국어로는 초코파이의 "정"이다.
그래서 그랬던 거다. 늘 멘토를 곁에 두려고 했었던 몸부림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대 놓고 서로 잘되고 위해주고 아껴주고 나눠주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써왔다. 학창 시절 단 한 번도 졸지 않았다. (내가 아예 인지 못하는 졸음을 제외하고;;;) 그 이유가 저 사람은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일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 마음은 공부를 잘하고 싶다를 넘어선 결이었다. 결국은 선생님들도 사람이란 사실을 깨닫고 엄청나게 상처를 받았던 경험도 있긴 하지만.
고대 그리스어로는 우애(友愛) 또는 형제애(兄弟愛)로 옮겨진다. 동생과 나는 일생동안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동생이 품성이 온화하고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 탓도 있지만, 나 또한 필리아에 기반하여 관계를 가져가려고 노력해오지 않았을까. 우리는 여전히 제일 친하고 서로를 잘 웃겨준다. 돈이 급할 땐 바로 융통해 주고 이자까지 쳐서 갚는사이다.
첫 남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한 대학 3학년부터 이성과의 만남에서도 필리아가 강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다른 성이라는 관점을 넘어서는 친밀한 관계, 서로 잘 되기를 바라는 사이라는 점에서 교재 했던 이성들의 인생에 대해서 열렬히 그리고 깊게 파고들기도 했다. 그래서 미련이 없었다. 되려 필리아 측면의 마음을 다하지 못했던 상대는 우정이 그리워 쉽게 인연의 끊을 놓지 못했던 것 같다.
기업을 운영하며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 하루 8시간, 아니 그 이상 연결되어 시간을 공유하는 사이. 업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 통하고 정을 나누게 되면 나는 어느새 그 사람의 입장에 서게 된다.
"적자가 나더라도 네가 원하는 교육은 다 보내줄게"
나랑 같이 계속 가자라고 하는 말에 당연하죠 대표님이라고 이야기하는 친구한테 전문가로서의 나의 철칙을 똑같이 적용하고야 만다. 종일 기분이 좋았다.
필리아를 형성하는 과정을 재미있어한다. 티키타카가 가능한 필리아로 맺어진 유대감과 관계에서 쌍방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만끽한다. 이타심과는 조금은 다른 결이다.
세상에 타인을 자신보다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타인을 자신처럼 생각하는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필리아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연을 알아보고 서로의 내러티브를 만들어가는 노력. 인생을 재미있게 살기 위한 가장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