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별명이 ‘2초’였다. 체력장 시험에서 턱걸이를 했는데 버티고 버틴 시간이 2초였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나는 거꾸로 태어났다. 아기들은 머리부터 나오는 게 일반적인데 다리부터 나오다가 팔이 걸렸고,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나으셨다고 했다. 이 사건 때문에 태어나고 한 달이 넘게 한쪽 팔을 움직이지 못했다. 한쪽 팔을 허우적대며 응애응애를 외치는 신생아라니.
집안의 첫 손녀이자 큰 딸이었던 나는 장애아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로집안의 근심 덩어리가 되어있었다.
어머니는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과 유명 한의원에 안 가보신 곳이 없으셨을 정도라고하셨다. 식구들이 지칠 대로지칠 때 즘 갓난쟁이가 드디어 양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장애아가 되지는 않았지만 성장과정에서 약한 팔로 인해서 다양한 사건을겪어야 했다.그때마다 ‘태어날 때부터 약해서 그래…’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 초라니.체력장에서 성적과 직결되는 턱걸이 결과를 보고 나는 좌절했다. 친구들의 야유는 참을 수 있었다. 스스로 버티는 힘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많이 괴로웠다.
방과 후 철봉 앞에 섰다. 내 키만 한 철봉, 조금 더 높은 철봉… 돌아가며 매달려보았다. 버티고 버텨도 3초.
나의 지구력은 3초란 말인가?
이후로 고등학교까지 체력장에서 팔힘을 써야 하는 멀리 던지기나, 턱걸이 같은 종목에서빵점이라는 결과는 쉽게예측할 수 있었다.
이렇게된 이상... 스스로 기대할 수 있는 지구력에 대한 방향을 바꿔보기로했다. 턱걸이를 잘 못하는, 못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나를 끝까지 미워하지 않는 것으로.
학창 시절 몇 번의 체력장에서 여전히 길어야 3초를 매달렸다.그때마다 나는친구들과 함께 깔깔거렸다. 그리고 눈에 힘을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