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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트니스 큐레이터 Sep 14. 2016

수기요법의 활용방안

퍼스널 트레이너의 전공 선택

퍼스널 트레이너의 선순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소개형 회원이 많아지는 것이다.

고객의 반응 여부는 퍼스널 트레이너에게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은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라 말할 수 있겠다.  

내게 4년간 수업 받고 계신 회원께서 지인을 소개해 주셨다. 그리고 그 지인께서 또 다른 지인을 소개해 주셨다. 그런데 소개해 주신 이유가 트레이닝에 관한 것이 아닌 두개천골요법(Craniosacral therapy)에 관한 것이었다. 참고로 두개천골요법은 머리뼈의 움직임(후두골, 측두골, 접형골)과 천골을 적절하게 조율하여 컨디션 회복을 돕는 수기요법이다. 

어느 날 앞에서 말했던 회원께서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셔서 근력운동 대신에 두개천골요법으로 머리와 목 주변의 근육과 근막을 풀어주었다. 회원께서는 머리가 너무 맑아졌다고 흡족해 하셨다.


퍼스널 트레이너는 운동을 지도하는 것이 본업이다. 하지만 본업 이면의 것에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대학교 수업에서도 전공 필수 외에 전공 선택 과목이 있듯이, 꼭 배워야하는 강제성은 없지만 배워두면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는 부차적인 것 말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이 두개천골요법이다.

앞서 예로 들었던 내 회원의 경우처럼 가끔씩은 컨디션 난조를 보일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회원의 상태를 무시하고 내가 세운 계획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냥 돌려보내는 것도 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근육을 풀 수 있는 방법(근막이완술, 두개천골요법 등)을 터득해 두었다면 절호의 찬스를 맞은 것이다.

신선한 충격으로써, 또는 별미를 먹는 기분 전환으로써, 회원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수단을 꾸릴 때 재활트레이너가 포함된다. 음지에서 고된 일을 자처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에 온 노력을 다 쏟아 붓는다. 그들이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선수들의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손이든 물건이든 풀 수만 있다면 뭐든 다 동원한다. 

회원의 몸을 책임지고 있는 퍼스널 트레이너도 이와 마찬가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걸리는 부분이 한 가지 있다. 사람의 몸을 만지는 것에 대한 월권행위이다.

의사의 권한 아래 물리치료사가 사람의 몸을 만질 수 있고 그 외의 전공자들은 불허한다는 그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몸을 만지는 것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 스트레칭도 사람의 몸을 만지는 것에 포함된다. 스트레칭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현령비현령(耳懸鈴 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격이 되는 셈이다.

우스갯소리로 두개천골요법을 머리스트레칭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분명 수기요법은 전공 선택 사항이다. 그리고 퍼스널 트레이너의 주 업무가 되어선 안 된다. 스승이신 ‘권마스터’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수기요법은 흐르는 물에 막힌 돌을 치우는 작업으로써 사용되어야 한다고... 

그러니깐 운동을 지도하다가 뻣뻣한 근육으로 인해 동작이 잘 나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수기요법을 통해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다.

야구로 치자면 절호의 찬스(게임의 분수령)에 타격감 좋은 대타를 투입하여 필요한 점수를 얻어내는 것, 또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구원투수를 동원하여 급한 불을 끄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요즘의 내 수업은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다.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가용회원은 대략 25명이다. 그런데 수업의 내용을 보면, 거의 3분의 2 정도가 운동 보다는 배드에서 근육을 푸는 것에 더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는 듯하다. 뭉친 주변 근육을 풀고 바로 운동에 들어가야 하는데 배드에서 회원의 근육만 내내 풀고 있다. 물론 1시간 동안 뭉친 근육을 풀어달라고 하는 회원도 있다. 

좋은 방법이 있다. 반반씩 나누는 것이다. 푸는 것 반, 운동 반.


퍼스널 트레이너로서 수기요법은 트레이닝을 하는데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남용과 오용해서는 안 된다. 주식인 밥을 먹어야 하는데 고기만 먹게 된다면 분명 탈이 나기 마련인 것이다. 또한 손의 감각(수기요법)이 좋다고 우쭐대서도 안 된다. 

처음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할 때 소위 말하는 실력이 좋다고 평가 받던 트레이너들은 매뉴얼과 수기요법에 능했다. 그래서 나또한 그 테크닉을 배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깨닫게 된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트레이너는 트레이닝으로써 인정받아야 뚜렷한 색깔을 갖고 롱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체성의 혼란을 갖게 된다면 트레이너로서의 사명감조차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잡종 강세’라는 말이 있지만, 순종이 갖고 있는 본연의 기능위에 성능 좋은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 주객전도를 바로 잡는 대안일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음번에 소개 받고 온 회원이 내 손맛뿐만 아니라 트레이닝을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왔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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