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일 하는 남자
일요일은 주중보다 더 빡세다.
아침 8시에 기상한 이후로 줄곧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7시가 넘는다. (요즘 12주간 교회에서 주관하는 양육훈련을 받고 있다.) 아내는 밥벌이 하러 외출중이라 아이들을 돌보는 것과 집 청소를 해야 한다. 아내의 귀가 시간은 밤 11시가 넘는다.
교회에서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자식들에게 제일 먼저 해주는 것은 저녁밥 챙겨주기이다. 대부분 라면을 사 먹인다. 아이들도 좋아한다. 라면에다가 부수적인 음식들을 먹이지만, 아내는 라면 먹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모종의 밀약을 체결한 후 라면을 사러 슈퍼에 간다.
요즘 첫째와 둘째가 즐겨 먹는 것이 ‘불닭볶음면’이다. 어른들도 매워서 도전하지 않는 품목이다. 아이들은 맛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쟁과 재미가 빠지면 먹는 것도 시시한가 보다.
저녁을 거하게? 먹은 후, 다음 스케쥴은 아이들 숙제 봐주는 일이다. 알아서 척척 잘 하지만 원체 집중력이 오래 가지 못하여 딴 짓하기 바쁘다. 한 명씩 숙제를 봐준다. 그런데 12살짜리 수학과 영어는 능력의 한계가 옴을 절실히 느낀다.
아이들에게 숙제를 하고 있으라고 한 후에 설거지, 방청소, 빨래 널고 개기, 불리수거를 순차적으로 한다. 그렇게 일을 다 하고 나면 밤 10시가 넘는다. 10시가 되면 아이들 재운다. 당연히 바로 잠자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함께 눕는다. ‘잠깐 누웠다가 일어나서 책읽기와 글 좀 써야 겠다’라고 생각하고 눕는다. 하지만 그대로 잠에 빠진다. 아내가 퇴근하는 것도 모른 채 잠이 든다. 한참 자다 깜짝 놀라 깬다. 옆에서 아내도 자고 있다.
드르렁 코를 골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