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감량은 살을 뺀 이후가 더 중요하다
10키로 감량을 끝으로 드디어 프로필 사진을 찍는 날이 찾아 왔다.
마지막까지 지방을 커팅 하기 위해 아침 공복상태로 트레드밀 위에 섰다. 그리고 1시간 동안 계속 달렸다. 사진 촬영은 오후 3시 반. 아침과 점심 식사는 거의 굶다시피 했다.
사실 처음 이 제안(단체 프로필 사진)을 했을 당시 84키로의 안락한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3년간 수업 외의 시간을 책과 글에 파묻혀 살다보니 어느새 얼굴과 배가 윤택해 져 버렸다. 헐렁했던 유니폼도 꽉 쪼여서 늘 수업시간에 배를 억지로 집어넣음으로 교묘히 가리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회의 시간에 과장님께서 “코어 트레이닝을 지도할 때 선생이 배가 나오면 동기부여가 전혀 안 된다”며 애써 내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나를 두고 한 말처럼 들렸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 후, 함께 일하는 트레이너 중의 한 선생님이 살이 너무 많이 찐 나를 보고서 드디어 히든카드를 꺼냈다. 그 선생님은 스튜디오 작가와 계약(선금)을 한 뒤, 두 달 후에 단체 몸 사진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벼랑 끝에 몰린 나는 자의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타의에 의한 체중 감량을 시작하게 되었다.
드디어 스튜디오 도착.
처음 찍어보는 몸 사진이기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몰랐던 내게는 모든 주위 상황이 어색하기만 했다. 나머지 8명(함께 근무하는 트레이너)은 저마다 가져온 의상들을 입고 무대 뒤에서 근육으로 최대한 혈류량을 보내기 위해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나는 곧바로 그 분위기에 합류하여 펌핑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먹은 것이 하나도 없기에 도저히 근육 운동을 위한 힘이 나오질 않았다.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 라인업에 들어섰다. 다른 선생들과 근육의 선명도와 사이즈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 너무 많았다.
내 생애 첫 다이어트였고 10키로 감량을 통해 원래의 ‘동안 얼굴’로 돌아왔고, 옷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넓어 졌으며, 무엇보다도 해냈다는 그 뿌듯함이 매너리즘에 빠진 현재의 삶에 큰 활력소가 되었다.
두 달 만에 10키로 감량은 사실 바람직한 체중 조절은 아니다. 운동 처방론에 입각한 한 달간 감량 수준은 체중의 3~5%를 권하고 있다. 그러나 근육양은 빠지면 안 된다. 근육을 제외한 지방만 3~5%를 감량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리한 체중 감량은 몸의 부작용도 나타난다. 나 또한 다이어트 기간 내내 피곤함과 무기력증이 늘 따라다녔다.
‘삶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처럼, 힘들더라도 일단은 시작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척수를 통해 근육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체중 감량을 통해 얻게 된 시너지 효과는 비단 외모의 변화만이 아닌 정신의 다이어트가 되어 육체와 마음의 상승효과를 이룬듯하여 너무 가슴 벅차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반드시 체중은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려고 온갖 술수를 다 쓸 것이다. 뇌는 예전의 안락했던 그 시절을 희구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체중은 진짜가 아니다. 아직도 체중조절 중인 것이다. 적어도 진짜 체중이 되려면 2년은 유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선 21일 동안 꾸준히 반복하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21일이라는 기간은 체중 감량을 위해서도 중요한 시기이다. 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황금률인 것이다.
식사량을 조절하고, 안하던 운동을 하게 되면 뇌에선 이러한 자극을 스트레스로 생각하여 방어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자꾸만 졸리게 하거나 배고픈 신호를 보내서 평소에 보유했던 칼로리 량을 되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21일이 지나면 뇌 에서는 모든 환경을 리셋 하여 조절된 칼로리 량으로 몸의 살림을 꾸려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더 이상 졸리고 무기력하고 배고픈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먼저 21일을 보내는 것이 관건이다.
168kg의 초고도 비만이었던 개그맨 김수영을 기억할 것이다.
김수영은 수면 무호흡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선배 개그맨인 이승윤에게 찾아간다. 이승윤은 사람하나 살리는 마음으로 그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수영이를 위해서 전 국민이 응원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예전처럼 ‘헬스보이’로 이슈화 했다. 결과는 98.3kg. 무려 16주 만에 70kg을 감량했다. 그러나 1년 만에 40kg이 늘어난 140kg이 되었다.
단기간에 체중을 뺐기에 나타난 요요현상이었다. 아마도 예전 168kg을 육박하는 체중으로 되돌아 갈듯하다.
요요현상이 오게 된 원인은 예전만큼의 운동량이 부족한데다가 식사량은 원상태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운동의 강도가 세고, 운동량이 많게 되면 몸의 체중점(set point)이 높아져서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로 하게 된다. 축구선수 안정환은 은퇴 뒤에 급격히 체중이 늘어났는데, 그만큼 먹는 양에 비해 운동량이 부족하기에 체중점을 조절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체중조절은 어찌 보면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2년의 세월 동안 좋은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체중감량을 통해 얻게 되는 몸과 마음의 상승효과를 생각한다면 해볼 만한 투자인 것이다.
당뇨병은 평생 낫지 않는 질환이다. 다소 상태가 좋아지는 것뿐이다. 그래서 당뇨를 제2의 동반자라 여기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화내지 않게 달래면서 말이다.
체중조절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체중은 잠시 나태해지면 토라져 버린다.
삶의 동반자 의식을 갖고 체중을 잘 보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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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썼던 글을 재구성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