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 트레이닝
핸드폰은 이제 4G를 넘어 5G 시대를 맞았다. 모두가 빠른 것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빠른 공을 던지는 일명 파이어볼러 (fireballer)가 많은 연봉을 받는다. 물론 제구력은 기본이다. 이러한 현상은 몸을 만들기 위한 저항운동(웨이트 트레이닝)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8주 만에 완벽한 몸을 만들 수 있다는 문구에 마음이 동하여 퍼스널 트레이닝을 등록한다. 하지만 8주 후 돌아오는 것은 깊은 좌절감이다. 물론 8주 만에 원하는 몸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런 부류는 우선순위를 몸만들기에 두어 모든 촉수를 운동하는 것에 집중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산업 전선에서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바쁜 직장인은 하루에 두 시간도 몸을 만드는데 투자하기도 벅차다. 그러기 때문에 8주 만에 몸을 만드는 것은 언감생심, 뜬구름 잡기다.
또한, 8주 만에 워너비 몸을 만들었지만, 중요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 겉은 화려해도 속은 망가지게 된다. 인체의 생리적 리듬을 거슬린 강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몸의 항상성과 면역 시스템은 망가지게 된다. 생리불순과 머리털이 빠지며, 피부 트러블이 생기고, 급기야 신장과 간에도 무리를 줄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뼈와 근육을 연결하고 있는 힘줄과 관절이 넘쳐나는 운동량을 도저히 버틸 수 없게 되어 파열되거나 어긋나게 돼버린다.
몸을 만드는 일만큼은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전략이 필요하다.
퍼스널 트레이너로 근무하고 있는 내겐 회원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설정하는 것이 큰 업무 중의 하나다.
회원과 퍼스트 미팅을 진행할 때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다. 운동 계획서이다. 이것은 대학교수가 학생들에게 첫 수업 때 나눠주는 강의 계획서와 같은 것이다. 한 학기 동안 배울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페이퍼가 내겐 ‘단계별 트레이닝’이다.
현재 회원에게 진행 중인 ‘단계별 트레이닝’을 소개하고자 한다.
단계별 트레이닝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징검다리 트레이닝이다. 예를 들어, 바벨 스쿼트를 하는 데 필요한 동작들을 각각의 단계로 세분화하여 진행한다.
첫 번째 단계는 팔과 다리를 연결해 주는 몸통 근육인 코어 근육을 강화한다.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동작은 4주간 진행한다.
두 번째 단계는 ‘안정화 단계’로 중량을 사용하여 운동하기 전에 실시하는 동작이다.
관절과 힘줄, 인대가 상처를 입지 않도록 충분한 적응 기간을 갖는 것이다. 약 2주간 실시한다. 이 시기는 맨몸 운동으로 진행하면서 완벽한 동작을 몸에 익히는 데 중점을 둔다.
세 번째 단계는 ‘형성기 단계’로 가벼운 중량을 싣고 동작을 실시한다.
한 동작을 세 번 진행하고, 반복 횟수는 15회 미만으로 한다.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접어든 것이다. 기간은 다양하게 정할 수 있지만, 보통 6주에서 8주 정도로 정한다.
‘형성기 단계’에서는 중량을 조금씩 증가하는 ‘피라미드 세트’로 구성하여 근력과 근육의 크기 그리고 근육의 양을 늘리는 것에 집중한다.
마지막 단계는 ‘유지기 단계’로 원하는 근육의 형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과정이다.
보통 유지기 단계에서는 근육을 다듬는 운동을 한다. 이 기간은 약 2주 정도 걸린다. 유지기 단계에서는 반복 횟수를 늘리는 반면에 중량은 약하게 한다.
단계별 트레이닝의 기간은 하루에 1시간, 일주일에 세 번(분할 운동), 대략 16주 정도 걸린다. 물론 식사 조절도 철저히 해야만 한다.
이처럼 몸만들기 프로젝트는 4개월 이상 걸린다. 그런데 8주, 12주 만에 완벽한 몸을 만드는 것은 허무맹랑한 계획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몸만들기는 서서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무거운 무게로 실시하는 것은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것과 같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겉모습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도 신경 써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각자의 단계별 트레이닝 전략을 세워 제대로 된 몸을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