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정 원하는 것

전업 작가로의 길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어느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마리의 수컷 공작새가 아주 어려서부터 코끼리거북과 철망 담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주고받는 언어가 다르고 몸집과 생김새들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어느덧 수 공작새는 다 자라 짝짓기를 할 만큼 되었다.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 멋진 날개를 펼쳐 보여야만 하는데 이 공작새는 암컷 앞에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엉뚱하게도 코끼리거북 앞에서 그 우아한 날갯짓을 했다. 이 수 공작새는 한평생 코끼리거북을 상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다.’
- 풍금이 있던 자리, 신경숙 -


결말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 수 공작새는 한평생 코끼리거북을 상대로 날개를 펼쳐 보였는데, 결국 코끼리거북의 마음을 감동하게 해 진한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위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다양하다.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끝없는 저울질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딜레마일 것이다.

내겐 코끼리거북은 작가의 삶이다. 그러나 현재는 퍼스널 트레이너이다.

책을 한 권 낸 작가이면서 칼럼을 정규적으로 쓰고 있는 상황까지 이끌어 놓았다. 그러나 스스로 진정한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르기엔 부족한 모습이다.

그래 나는 전업 작가이고 싶다.


김훈 작가나 유시민 작가처럼 출판사가 제공하는 작업실에서 온종일 읽고, 쓰고, 생각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밥벌이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전업 작가가 될 수 없는 명확한 이유다.

한근태 작가나 공병호 작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3시간 정도 글쓰기 작업에 몰입하고 운동하고 산책하고 다시 책 읽다가 일찍 잠자리에 든다. 강연이 잡힌 날에는 강의도 한다.

이들도 처음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리라. 생계의 위협이 되는 날을 견디고 견뎠기에 오늘의 쨍하고 해 뜰 날을 맞이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살 수 없겠지. 나이도 있고, 뚜렷하다 할 콘텐츠도 없고.

그런데 코끼리거북을 향한 뜨거운 사랑은 아직도 식지 않았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한다.

어쩌면 내게 있어 글쓰기는 갓난아기의 배냇짓과도 같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고칠 수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방법은 한 가지다.

남의 시선을 무시한 채, 그리고 생산적인 글쓰기(경제적 수입)를 배제한 작가의 삶을 사는 것이다.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작가.


그러나 인정의 욕구는 작가라면 피할 수 없는 본능이라 이것이 문제다.

내 글이 빛을 보지 못한 채 불쏘시개로 쓰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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