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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트니스 큐레이터 Sep 25. 2019

삐친 몸과 화해하자

보디빌딩에서 보디 디자인으로

팔꿈치가 너무 아프다.

갓난아기 때 엄마가 나를 안고 있다가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팔이 부러졌다고 한다. 가까운 개인 병원에 가서 접합 수술을 했는데, 야매로 해서 그런지 비뚤게 붙었다. 게다가 팔이 다 펴지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왼팔을 한 번도 다 펴지 못한 채 마흔여섯 해를 보냈다.

군 시절에 차렷 자세를 하면 항상 팔이 굽어서 지적을 받았고, 그럴 때마다 늘 해명을 해야만 했다. 팔 운동을 할 때도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중심 잡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런 내가 현재 트레이너로 일을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좋게 포장해서 말한다면 단점을 이겨낸 불굴의 사나이라 할 수 있겠지만.


팔 상태로 인해 불편한 면은 있었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통증이 동반하여 걱정이다. 팔꿈치로 지나가는 요골신경과 척골신경이 팔을 움직일 때마다 덜거덕 걸리면서 통증 물질을 발사한다.

팔을 계속 쓰다 보니 조금씩 비뚤게 붙은 부위에 변형이 온 것 같다. 그래서 그 주변 신경을 자극하는 것 같다. 팔을 원상 복귀하려면 인위든 타의든 부러뜨려 다시 접합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완전히 죽으라는 소리다.




마흔이 지나고 나서 내 몸은 내게 자주 삐친다. 그동안 신경 써 주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 같다. 젊었을 때는 몸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말도 듣지 않았다. 몸은 자주 아프다, 힘들다, 안아줘 라고 속삭였지만 나는 들으려 하지 않았고, 아예 무시할 때가 많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몸은 내게 서운한 듯 자주 삐쳐 있다.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아졌다.


팔꿈치 통증도 그렇다. 조각 같은 가슴과 등 근육을 만들기 위해 팔을 지나치게 사용했다. 가슴 근육과 등 근육은 전부 팔에 붙어서 움직이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팔을 폈다가 접었다 가를 반복했다. 팔꿈치도 성치 않은데 말이다.

고관절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때까지  태권도 겨루기 시합 때문에 엄청난 발차기를 허공과 미트에 내리꽂았다. 그 결과 현재까지도 고관절 주변에서 걸을 때마다 덜거덕 걸리는 소리가 난다.

무릎도 예외는 아니다. 축구에 빠져 주말만 되면 운동장에서 축구 시합을 했다. 특히나 체력 소모가 많은 ‘레프트 윙’이라 전, 후반 내내 공을 몰고 다녔다. 또한 하체를 키운답시고 무거운 무게를 승모근에 걸치고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하면서 허벅지 근육의 벌크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무릎은 완충작용이라는 기능을 상실하고 또한 주변 인대는 상처를 받아 통증의 눈물을 흘리는 참극을 맞았다.


이젠 삐친 몸을 달래기 위해 항상 몸이 말할 때 귀를 열어 잘 들으려 한다. 공감도 하고 고개도 끄떡인다. 다양한 영양제를 통해 삐친 몸에 잘 보이려고 애도 써 본다.

몸은 닳아 없어져도 문제고, 녹슬어도 걱정이다. 늘  적당하게, 조금 부족한 상태가 가장 좋다.


요새는 대형 건물이 증축되면 스포츠 센터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항목이 되었다. 그만큼 건강과 운동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다. 내게 수업을 받는 회원님들께서 이구동성으로 운동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운동과 건강은 동급으로 생각하시는 듯하다.


대부분 개인 수업을 받으시는 분들은 목적에 맞는 운동을 배워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능숙하게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주로 연령이 높은 분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서 항상 트레이너의 지도하에 운동하신다. 이런 분들은 운동을 배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운동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동기가 더 크다. 혼자 운동을 하시면 늘 다치거나 몸이 불편하다고 호소하신다.


내게 수업을 받으시는 분 중에서도 혼자서는 아예 운동을 안 하시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분은 일주일에 세 번을 수업 시간에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로 근력 운동을 하신다. 한 시간 중 30분은 근력운동, 30분은 수동적 스트레칭(트레이너가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스트레칭)으로 구성한다.

그렇게 5년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그분의 건강에 대한 신체 변화와 건강검진 지수가 눈에 띄게 좋아지셨다. 그분의 표현에 의하면, “운동 시작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라고 말씀하신다.


누구나 조각 같은 몸을 갖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잃는 것도 많다. 무엇보다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단백질량도 보통 섭취하는 것보다 두 배 정도는 먹어야 한다. 먹고 싶은 음식도 자제해야 한다. 보디빌딩은 운동과 식이요법의 산물이다. 이런 운동은 특정 목표가 있다면 도전해 볼 일이다. 그러나 워라밸을 위한다면 위와 같은 방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나중에 몸이 삐친다. 중년이 지나면 온몸에 파스를 달고 살아야 할 것이다.


이젠 보디빌딩이 아닌 보디 디자인으로 넘어가야 한다.

무거운 중량과 육중한 몸보다는 약간 무거운 중량과 날렵한 몸매가 생존을 위한 체력에 도움이 될 듯하다.


고 박완서 소설가는 자신의 몸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표현했는데, 무릎을 치며 공감하게 된다.


젊었을 적의 내 몸은 나하고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 들면서 차차 내 몸은 나에게 삐치기 시작했고, 늘그막의 내 몸은 내가 한평생 모시고 길들여온,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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