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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트니스 큐레이터 Feb 04. 2016

아내의 폐렴이 남기고간 편린(片鱗)

불청객/아내의 빈자리/ 생존체력

#. 불청객


오전 9시 수업을 마치고 카톡을 확인한 후 나는 그 자리에서 순간,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수십 초가 지난 후 온몸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그리고 내뱉은 말.

“세아한테 가야돼”

나는 10시 이후의 모든 수업을 뒤로한 채 넋이 나간 사람 마냥 오직 한 생각만 하면서 옷을 갈아입고 센터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아내가 입원해 있는 곳의 행선지를 머리에 되뇌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내는 일주일 전부터 기침이 심했다. 감기라 생각한 아내는 원채 약 보다는 사람의 자연 치유력을 의존하는 바라 병원을 가지 않고 그저 “낫겠지”라는 초 긍정의 마음으로 앙버텼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기침은 가라앉지 않고 더 심해졌다. 그리고 나흘째 되는 날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복통을 동반하면서...

다음날 아침(나는 일찌감치 출근했다), 여자의 육감으로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는 걸 알아차린 아내는 가까운 병원에 들렀다. 그리고 의사로부터 들은 소리.

“한 시도 지체 말고 대학병원으로 가세요, 소견서를 적어드릴께요”

의사는 폐렴을 의심했다. 그래서 격양된 목소리로 다급히 말을 했던 것이다.

대학병원에서의 검진 결과, 폐렴을 확증했다. 그리고 통원 치료도 아닌 입원 치료를 하라는 권유를 해왔다.

아내는 입원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자식 걱정뿐이다.

“리성이 목요일 음악회 있는데”

“아린인 금요일에 한자 검정시험 같이 가야 되는데”

“큰일이네”

아내의 입원과 함께 우리 다섯 식구는 한순간에 이산가족이 되어 당분간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그래도 천만 다행인 것은 아이들 모두 이상 증상 없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이제 내가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간호와 기도다. 간호도 일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도의 내용도 어린아이처럼 단답형 외엔 구체적으로 할 수가 없다.

“주님, 아내를 보호해 주세요, 아내가 힘들지 않게 해 주세요, 이번만 잘 해결해 주시면 교회 잘 나가겠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되었다.

일을 마치고 한걸음으로 아내를 보러 갔다. 조금 나아진 듯한 얼굴 이었다. 그런데 저녁이 되니 갑자기 열이 오르더니 몸 상태가 나빠졌다.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고 고통과 분투하면서 이겨내려는 몸부림을 연신 해대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는 나는 입가에 “주님”만 옹아리하고 있었다. 제발 열만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건만...

아내의 호흡기 치료는 아직도 멀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어 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저려온다. 아내란 내게 이런 존재였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내는 나의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라는 사실을...

아내는 고통을 잠으로 이겨 내려는지 눈을 뜨지 않기 위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나는 내일의 내 일을 위해 아내를 홀로 두고 병원 문을 나섰다.

그리고 든 생각은 나까지 아내로 인해 지쳐버리면 남은 식구들이 힘들어 진다는 것이었다. 아내 또한 이런 내 모습을 원치 않을 것이다. 힘을 내야겠다. ‘아내보이’인 내겐 아내 없는 며칠은 앙코 없는 찐빵처럼 너무 허무하다.

내일은 새벽 일찍 아내에게 가 봐야겠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는다. 큰일이다.




#. 아내의 빈자리


벌써 6일째 아내가 병원 밥을 먹고 있다.


변화가 있다면 2인실에서 6인실로 옮겼다는 것이다. 1인실이 아닌 이상 2인실이건 6인실이건 불편한건 마찬가지 인거 같다.

아내의 폐렴은 6일을 맞았지만 회복력이 더디다. 열이 높아서 그렇다. 열만 내리면 일사분란하게 폐렴의 증상들이 완화될 텐데 말이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오늘은 병원으로 자식들을 데리고 아내를 만났다. 아이들에게 감염될까봐 조금은 찝찝했지만 별일 없을 줄 믿고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환자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로비에서 기다렸다. 어린 자식들이 먼저 아픈 엄마를 위로했다.

“엄마, 괜찮아!”  

“응, 엄마 괜찮아”

엄마가 있었으면 갖췄을 여러 조건들(예를 든다면, 리브가의 긴 머리를 묶는 일)이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엄마 없는 애들 티가 난다’고 내게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했다.

역시 아내가 아프니 모든 것이 어색하고 티가 나고 힘들다.

아내가 하루 속히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이처럼 아내의 빈자리는 티가 많이 난다. 남편 씨들은 돈 벌 때만 쓸모 있지 생활 속에서는 하등의 보탬이 안 된다.

내일 출근을 위해서 오늘도 자식들을 어머니 댁으로 맡겨야만 했다. 생이별이다. 한때는 자식들 없이 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자식들과 떨어지는 순간을 맞이하니 너무도 허전함이 몰려왔다.

오늘도 혼자 자야 한다. 그리고 내일도 여전히 새벽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잠이 안 올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잠을 청해야 하는 얄궂은 인생이여...




#. 생존 체력을 기르자


아내가 드디어 퇴원했다. 하지만 폐렴이 완치가 되진 않았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처방이 끝나 퇴원조치를 한 것이다. 퇴원 수속을 받는 중에 담당 의사가 마지막으로 아내를 보러 내방 하였다. 그리곤 컴퓨터 모니터로 아내와 나를 안내했다. 모니터 안에는 아내의 폐사진이 치료 전과 치료 후로 나뉘어져 있었다. 담당 의사는 내게 아내의 현 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환자의 병명은 ‘Mycoplasma'로서 요즘 돌고 있는 폐렴입니다. 혹시 자녀분 들은 괜찮으신지요. 아마 환자분께서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 듯합니다.  처음보다 좋아졌지만 완전히 폐 주위의 염증은 사라지지 않았기에 경과를 두고 봐야 합니다. 특별히 주의할 것은 없지만 찬바람 맞지 않도록 하고 완치가 될 때가지 무리한 일은 하지 마시고 잘 쉬셔야 합니다. 감염에 대한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될 상황이라 퇴원 조치했습니다. 집에서 관리 잘 하시고 내년 1월 6일에 재검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함께 지낸 가족 구성원 중에서 아내만 폐렴을 앓았을까.

폐렴(Mycoplasma)은 세균 및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해서 걸리는 병이기 때문에 같은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될 확률이 높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과 노인들에게는 쉽게 옮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담당 의사가 재차 아이들은 괜찮은지 물어봤던 것이다.

아내만 유독 폐렴을 앓았던 이유는 침투한 세균 및 바이러스에 대해서 저항할 힘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식사의 불규칙성과 운동 부족 그리고 과중한 집안일과 스트레스로 인해 아내의 내성은 외부 침입자들을 감당해 내기가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아내의 일로 인해 ‘생존체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뼈저리게 각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한 번 ‘운동과 영양’에 대한 좋은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건강에 대한 아이템으로 먹고사는 내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잘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 그리고 굳게 다짐한다.

아내의 퇴원으로 흩어졌던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은 다시금 사람의 온기로 가득 채워졌다. 다행히도 아내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발표회 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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