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또다른 면

어리숙하고 정감이 넘치는 브레인


나는 잠시 오늘이 평일인지 휴일인지 망설였다.

새벽에 여느 때(평일)와 같이 눈이 떠져 일어나려고 하는데 잠시 혼돈이 왔다.

“오늘이 무슨 날이지” 하며 생각한다.

그러다가 일요일인 것을 깨닫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뇌의 기능에 혼선이 생겼던 것이다. 이처럼 습관적인 행동은 뇌가 생각을 안 한다. 그저 늘 했던 루틴대로 일을 처리한다. TV를 계속 보고 있으면 뇌가 바보가 된다고 해서 ‘바보상자’라는 말이 나온 것을 보면 일리가 있는 얘기다.


뇌는 참 잘 속고 때론 어리숙하다.


뇌는 현실과 생각을 구분하지 못한다. 가령 실제로 오렌지를 먹지 않았어도 오렌지를 머리에 떠 올리기만 해도 입가에 침이 고인다. 과거 오렌지를 먹었거나 책으로 읽고 보았던 이미지가 잔상처럼 남아 있기에 파블로의 조건반사와 같은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뇌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지 못한다. 뇌로 들어오는 길은 오직 하나다.

통증에 관한 책을 보면 문조절설(門調節說)이라는 용어가 있다. 뇌가 더 샌 자극을 먼저 취하여 처리한다는 이론이다. 빠른 통증과 둔한 통증을 분류하여 뇌가 순차적으로 조율한다. 참고로 손에 가시가 박혀서 아픈 통증은 빠른 통증이고 싸우다 아 느끼는 장기의증은 둔하다. 하나 더 예를 들자면 냄새에 대한 반응이다. 음식점에서 된장국을 먹고 옷에 스며든 냄새를 향수 한 번 뿌리게 되면 된장국 냄새는 전혀 맡을 수 없고 오로지 향수 냄새만 그득하게 된다. 그만큼 향수는 뇌를 잘 유혹한다.


뇌에 대한 특성을 고려하여 꿈에 대한 얘기를 담은 책들도 출판되었다. 생생하게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주장이다. 생생하게 꿈을 꾼다는 말은 자신의 목표를 시각화하여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눈으로 확인하고 마음으로 다짐하게 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행동력이 척수를 타고 근육으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목표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플래카드(현수막)을 걸어놓는 행위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시각화(visualization)는 뇌를 각성케 한다.

<성과를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 강규형>, ‘종이 위에 쓰면 이루어지는 꿈 리스트’이라는 챕터에서 짐 캐리의 예화를 들면서 시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짐 캐리는 수표책에 1,000만 달러라고 적었다. 이 어마어마한 금액을 앞으로 5년 후인 1995년 추수감사절까지 자신이 자기 스스로에게 지급하겠다고 쓴 후 그것을 5년 동안 지갑에 넣고 다녔다. 정확히 5년 후인 1995년 짐 캐리는 자신이 적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출연료로 받게 된다. 그는 ‘덤 앤 더머’로 700만 달러, ‘배트맨’으로 1,000만 달러를 받아 총 1,700만 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꿈을 종이 위에 쓰면 기적같이 이루어진다. 짐 캐리와 같은 이러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이 많다. p86.'


그리고 위에서 말한 문조절설(門調節說)을 통해서 감정에 대한 조절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즉 사람의 뇌는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가질 수 없다. 곧 사람의 뇌는 오직 한 자리만 놓여 있어서 부정적 생각이 먼저 앉아버리면 긍정적 생각이 앉을 수 없고, 반대로 긍정적 생각이 먼저 앉아 버리면 부정적 생각이 함께 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봐도 이 말은 잘 맞아 떨어진다. 피스 메이커(peace maker)와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


뇌는 많은 일을 하면서도 때론 빈틈도 보여준다. 그러나 이성적이기 보다는 잘 속고 어리숙한 면이 더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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