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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서판(身言書判)

몸이 먼저다.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어제의 감기 증상으로 인해 다시금 깨닫게 된 사실.

‘몸이 먼저다.’

아무리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을 외치며 책상에 앉아 있지만 머리가 아프고 근육통증이 온 몸을 사로잡고 있으니 아무것도 못하겠다. 그냥 만사가 귀찮다. 그렇게 좋아하는 글쓰기조차 하기 싫어진다. 일단 무슨 일이든 몸의 컨디션이 보장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몸이 쇠약하고 아프면 정신이 멀쩡해도 도저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한근태’ 라는 작가는 아예 책으로까지 냈다.

책의 제목을 ‘몸이 먼저다’라고 썼는데 그 이유는 몸이 튼튼해야 정신도 잘 발휘될 수 있다는 지론이다. 즉 ‘운동을 통해 건강한 육체를 바탕으로 한 건전한 정신을 갖고 사물을 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주장이다.

책의 내용 중에 정신의 힘보다는 육체의 힘이 먼저임을 잘 나타낸 예가 있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예전에는 호랑이 굴에 잡혀 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신을 똑바로 차려도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면 어떻게 호랑이 굴에서 빠져 나오겠는가? 몸이 약해지면 정신도 무너져 내린다. 몸이 아프자 정신이 더 아팠다. 몸과 정신은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이제 정신의 힘보다 육체의 힘을 더 믿는다. 정신은 육체라는 큰 덩어리를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다. p 20.』


감기엔 잠이 보약이다. 모든 것 중단하고 저녁 밥 먹고 약 먹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났다더니 칼칼했던 목과 객담이 많이 좋아졌다. 기분도 상쾌하고 좋았다.

몸이 회복되니 다시금 글을 쓰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나도 ‘몸이 먼저다’에 한 표 던져본다.


옛날 사람도 몸에 대해서 중요하게 여겼는데, 조선시대에 관직에 오르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 즉 풍채, 말하는 것, 쓰는 것, 판단하는 것 가운데 으뜸은 바로 몸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몸이 쇠약하면 말하는 것, 쓰는 것, 판단하는 것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비는 말할 것도 없다.


글쓰기를 오래 하기위해서 나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가처럼 러닝이라도 해야겠다.


생각의 기초체력이 책읽기 이듯이 글쓰기의 기초체력은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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