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4월 30일에 발표한 브런치 작가의 글 공모전에서 보란 듯이 미끄러져 일주일간 펜을 꺾고 상심한 채로 마음을 놓아두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다시 펜을 집어 들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자신의 글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무명의 작가들이지만 글 솜씨가 제법 간지가 줄줄 흘렀다.
되레 내가 쓴 글이 초라하기만 했다.
글쓰기에 대한 힘이 빠져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자연스럽게 글이 써진다는 것이다. ‘김병완’이라는 작가가 한 말이다. 그는 대기업에서 휴대폰을 만드는 일을 20여 년간 종사하다가 불현듯 일이 재미없고, ‘내 인생이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라는 회의감 느끼고, 돌연 사직서를 내고 부산으로 이사하여 무작정 가까운 도서관을 3년간 드나들었다. 그곳에서 3년 동안 9000권의 책을 읽고 독서 천재가 되었다. 그리고 난 후에 한 달에 두 권의 책을 낼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가 머릿속에서 떠올라 무엇을 쓸 것인지가 차고 넘쳐났다고 한다.
현재는 20여권의 책을 술술 써내면서 출판업계에서 계약 0순위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면서 책으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는데, 그는 절대로 책을 쓰려고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000권정도 읽으니깐 책을 쓸 수 있는 능력이 흘러 넘쳐서 글을 썼다고...
책 <48분 기적의 독서>에서 그는 강조했다.
‘독서의 임계점을 넘으면 세상이 달라진다. 3년간 1000권 읽기에 도전하라’
독서의 임계점을 넘어서 책을 쓴 작가를 소개했는데 그가 바로 소설가 이문열이다.
그는 처음에 글을 쓸 생각이 없었는데 일천 권을 읽고 나니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또 한명이 더 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얉은 지식>이라는 책으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채사장도 3년간 일천 권의 책을 읽는 임계점을 넘고서야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런데 중요한건 정해진 기간이다. 1000권이면 1년에 300권이 넘는 분량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라는 말이 있듯이 탄력을 받으면서 읽어야 책에 대한 구성과 내용 및 콘텐츠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씹다 버려야할 책, 삼켜야 할 책, 여물 씹듯 꼭꼭 씹어 삼켜야 할 책을 가려낼 수 있어서 책 읽기의 속도가 붙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하루에도 세 권이상은 거뜬히 읽을 수 있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일본은 독서 기인들이 많다. 6만권의 책을 소장해 둔 ‘편집공학연구소’를 운용하고 있는 ‘마쓰오카 세이고’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오로지 책으로 가득 채운 ‘고양이 빌딩’을 짓고 집필에 전념하고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같은 사람들은 다독술의 대가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독서 임계점을 겪고 자유자재로 다양한 장르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최근에 책을 내고자 많은 곳에 원고를 투고 한 적이 있다. 물론 채택된 곳은 하나도 없다. 경험을 했다는 것에 만족을 하고 다시 처음부터 쓰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엔 독서 임계점을 넘긴 후에 도전할 것이다. 제대로 쓰고 싶어서이다. 5년간 400권정도 읽은 내력을 갖고 있다. 3년간 1000권을 읽고서도 책 쓰기가 어렵다고 느낀다면 그때 그만둬도 괜찮을 듯하다.
그런데 100도씨가 되어야 물이 끓는 임계점은 책에서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모든 삶 속에서 임계점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임계점을 넘은 자가 바로 달인인 것이다. 생활의 달인, 축구의 달인, 공부의 달인, 책 쓰기 달인 등등.
운동에서는 임계점을 한계점과 역치(·threshold) 라는 말로 쓰인다.
그런데 ‘무산소 역치’라는 말은 그 의미가 다르다. 신체가 근육의 피로를 유발시키는 젖산을 제거하지 못하는 시점을 말한다. 이 말은 역치를 넘어선 이후에는 급격히 젖산이 쌓이게 되어 운동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단시간에 고강도 운동 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산소 운동에 있어서도 역치가 있다. 사점(死點)이라고 한다. 마라톤이나 장시간 유산소 운동을 하게 되면 찾아오는 순간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점은 무산소의 역치와는 다른 임계점의 순기능이다. 유산소의 한계점을 넘으면 신선한 바람이 불듯 기분이 좋아지면서 근육에 슈퍼 엔진을 장착한 듯 힘이 생겨 가벼워진다는 이론이다. 물론 쾌감 호르몬의 영향이다. 전문 용어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한다. 번역하면, ‘주자 상승감’.
유산소의 한계점을 지나야만 맛볼 수 있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는 독서의 임계점과 같은 것이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는 운동에 탄력을 받은 자만이 만끽할 수 있는 영역이기에...
유산소의 한계점과 독서의 임계점, 이 둘은 이번 년도에 반드시 넘어야할 태산준령(泰山峻嶺)과 같다.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 영육간의 강건함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