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의 미래

by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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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작가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장편소설 <고양이>를 만화책으로 다시 만들었다. 한인회 도서실에서 초록색 표지의 만화책으로 나온 <고양이>를 발견하자마자 당장 나의 대출목록에 올려놓았다. 2권짜리 장편소설일 때 읽고 싶었던 책이 1권짜리 만화책으로 나왔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타고난 이야기꾼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펼쳐 놓았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그래픽 노블 버전, 즉 만화책 <고양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베르베르의 소설답게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된다. 때는 미래 어느 때 인류 문명이 멸망을 앞두고 있는 시기이다. 곳곳에 테러가 발생하고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도 불분명한 전쟁이 한창이다. 기후 위기로 식량도 부족하고 급기야는 쥐떼가 창궐해서 전염병까지 돌게 되었다. 이 암울한 시기 암컷 고양이 바스테트는 집사 나탈리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한창 인간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나탈리는 바스테트와 놀아준다고 생각하며 이것저것 하는데 바스테트의 시점에서는 전적으로 바스테트가 나탈리의 재롱에 적당히 대응해 주는 것뿐이다. 누구의 시점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게 재미있으면서도 시사하는 면이 있다. 나도 엄마로서 내가 애들을 키우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애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인생에 대해 뭘 좀 아는 엄마로 키우기 위해 열심히 먹어주고 잔소리 들어주고 학교 다녀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바스테트는 우연히 옆집에 사는 샴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나게 된다. 피타고라스는 한때 실험용 고양이로 살았다. 그때 사람들이 피타고라스 이마에 컴퓨터와 접속이 가능한 USB 단자를 만들었고 피타고라스는 그 단자를 통해 컴퓨터와 접속해 인간 세상의 모든 지식을 빠르게 습득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천재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열정적이고 촉이 좋아 다른 종들과도 영적인 소통이 가능한 바스테트가 힘을 합쳐 인간과의 소통을 통해 인류 문명의 구원을 시도한다니 베르베르의 상상력답다. 베르베르의 소설은 개미나 고양이, 나무 등 사람이 아닌 동식물들의 관점에서 인간 세상을 탐구하고 종국에는 인간과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을 하게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베르베르가 한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창의적인 글쓰기의 비법은 관찰, 공감, 그리고 확장이다. 베르베르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고양이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그의 시점에서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최대한 공감해본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그 세계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확장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남자 사람인 베르베르가 여자 고양이인 바스테트의 입장, 시선, 관점등을 최대한 상상하며 공감해 보려는 시도, 그리고 연결을 만들어 보려는 그의 노력은 꼭 창의적인 글쓰기의 비법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더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삶의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베르베르가 탄생시킨 고양이 바스테트가 도탄에 빠진 인류 문명을 구원해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그리고 본인과 성별도 종도 다른 존재를 상상으로 공감해 본 베르베르의 시도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가 궁금하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을 만화책으로 다시 엮은 그래픽 노블 <고양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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