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수용하고, 행동은 수정하라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책을 통해 가장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은 감정과 행동이 다르다는 부분이었다. 책에서는 감정코칭이란 "아이의 감정은 수용해주되 행동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도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나로서는 감정과 행동을 다르게 본다는 것 자체가 낯설고 새로웠다.
나는 아이의 행동 안에 감정의 세계가 따로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던 것 같다. 아이가 물을 쏟으면 막 야단을 치지는 않더라도 속으로 '조심을 좀 하지 쯧쯧..' 이런 마음으로 물을 닦아주고 말았지, 아이가 어쩌다가 물을 쏟았는지, 지금 기분이 얼마나 난처하고 당황스러운지, 엄마가 화낼까 안낼까 조마조마하며 눈치보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아이 감정까지 살펴줄 생각은 전혀 못했다. 또, 물을 쏟는 것 같은 실수야 아이가 어리니까 이해해줄 수 있었지만 동생을 때린다던지 그러면 바로 동생을 때리면 안된다고 가르쳐주고 다음에 또 그러면 혼난다는 경고를 주는 게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물론 너무 윽박지르지는 않으려고 노력은 했지만 그래도 이건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쳐주는 거니까 엄마로서 당연히 강조해서 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동생을 때리면 안된다'와 같이 너무나 당연하고 꼭 지켜야 되는 바람직한 행동을 아이가 쉽게 배우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게 나로서는 참 힘들었다. 부모로서 가르쳐 줄 건 가르쳐 주어야 하겠는데 아이가 잘 배우지 못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고 조바심이 났다.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 하니 아이는 눈치만 보고 속상해만 하지 정말 내가 가르쳐주고자 하는 내용을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예 내버려 두자니 아이가 잘못 클 것 같아서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막막하던 때 감정과 행동을 분리해서 감정은 수용해주고 행동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지도해주라는 감정코칭의 방식은 생각지 못했던 제 3의 길이었다. 이론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지혜로운 길이었다. (이론과 실제는 달랐지만)
아이가 동생을 때릴 때는 그 안에 동생이 미웠다거나 화가 났다거나 하는 감정이 있었을 거다. 내가 주의를 기울여 아이의 감정을 포착해서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그런 일이 있다니 동생이 미울 수도 있었겠다, 화가 났겠구나' 하면서 공감을 해주면 아이가 더 이상 동생을 때리지 않고 스스로 동생을 잘 돌봐주는 착한 아이가 된다는 것이다. 이치적으로 합당했고 최성애 박사님이 촬영한 영상 속 모습도 정말 그랬다. 영상 속에서 아이가 막 울고 있을 때 최성애 박사님께서 아이에게 '많이 슬프구나..' 이렇게 말하니까 아이가 눈물을 뚝 그쳤다. 그리고 최박사님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슬픈지 선생님한테 얘기해 줄 수 있겠어?' 그러니까 아이가 조곤조곤 자기 상황을 잘 설명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동생이 미울 수 있었겠다
화가 났겠구나
감정과 행동을 분리해서 본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었고 내 시야를 많이 넓혀 주었다. 그리고 엄마가 아이의 감정을 몰라주면 아이가 더 격한 감정을 보인다는 내용은 우리 아들이 감정 조절이 잘 안되고 한번 떼를 쓰면 잘 안달래지는 현상에 대해 좋은 설명이 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내가 아이의 감정과 행동을 뭉뚱그려서 전체적으로 네가 잘못했다라는 느낌으로 접근하니까 아이는 엄마가 자기 존재 자체를 다 부정한다는 느낌을 받았을거다. 자기가 행동은 비록 미숙했지만 전체적으로 다 나쁜 아이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자기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던거다. 그래서 더 크게 울고 더 오래 울었던거다. '아, 우리 애가 특별히 더 못된 애여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아이 감정을 몰라줘서 그랬던 거구나, 앞으로 내가 아이의 감정을 잘 알아주기만 하면 우리 아이를 착하고 훌륭한 아이로 키울 수 있겠다' 하는 희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