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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Dec 31. 2021

성급한 일반화는 위험해요

말에서 부사어를 바꿔보면 어떨까?

"또 중문 안 닫고 다니네. 왜 맨날 내 부탁 안 들어줘?"

"맨날? 맨날은 아니지! 성급한 일반화는 말아줄래?

자주 안 닫고 다닌 건 맞지만, 맨날은 아니야."

우리 부부의 사소한 말다툼은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나의 교정되지 않는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난 남편의 언어 사용에 예민해진다.


말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반감이 드는 말이 있다. 나는 <맨날, 항상> 이런 부사를 듣게 되면 논점이 아닌 부사어로 인해 욱 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실수를 할 수도, 혹은 고의로 어떤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실수나 그 당시 행동이 맨날 혹은 항상이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일부의 사례만을 제시하거나 대표성이 없는 불확실한 자료만을 가지고 바로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 데서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

<네이버: 두산백과 발췌>




아이들이 교에 가지 않고 나도 당분간 출근을 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고, 게다가 겨울 아침은 이불속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참 힘겹다. 요 며칠 출근하는 남편의 아침 준비에 소홀했다. 아침에 혼자 먹고 갈 수 있도록 저녁에 준비는 해 두곤 했으나 그래도 마음 한편이 미안하다.


어젯밤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아 새벽에야 잠이 들었으나 아침 알람을 6시에 해 두었다. 며칠 아침을 챙기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늘은 꼭 밥을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아침 6시 알람에 눈을 떠서 아침 준비를 하려는 내게

"괜찮아. 내가 알아서 먹고 갈게. 당신은 애들 학교 안 가는 날에는 맨날 그러잖아."

아.... 또 저 말에 맨날이 있다.

"맨날은~~ 아니지. 자주 그랬나? 미안. 나 오늘은 너무 힘들다. 내일은 내가 준비해 줄 거니까 잘 다녀와."

하고는 다시 잠이 들었으나 뭔가 좀 찜찜함이 남다.


<맨날>이라는 말에 예외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은 21년 마지막 날이니 기억하기도 쉬운 날이다. 다음에 또 "애들 학교 안 가면 맨날 아침밥을 챙기지 않는다"는 명제에 반박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근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6시에 일어나 밥을 하고 백종원식 콩나물 볶음을 했다. 조리법이 쉽고 간단하면서 맛있어서 종종 해 먹는다.


12월 마지막 날 따끈한 밥 준비. 콩나물 볶음

이렇게 근거자료 기록까지 해 놓으니 맨날이라고 다시 말한다면 나는 반박할 것이다. 맨날과 자주는 다른 것이며, 오늘의 행동으로 모든 행동을 단정 짓지 말라고...

빠르고 간단한 콩나물 볶음


우리가 자주 쓰는 언어 속에 부사어를 점검해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는 게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닐진대  내가 본 장면으로 판단하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저 사람은 늘 렇더라!"

"왜 이렇게 항상 조심성이 없니~?"


부사어만 하나 바꾸어도 대화가 달라지고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맨날 게으른 사람이 아닌, 오늘 많이 피곤해서 그런가 보네.

항상 조심성이 없는 게 아닌, 너무 급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구나...


말은 그 사람을 말해주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 사람의 성격과 철학과 삶을 다 보여준다. 뉴스 속에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어떤 분의 권위적이고 강압적이고 함부로 국민에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언어와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새해에는 좀 더 괜찮은, 좋은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가 되어 서로의 대화가 더 재미있고 서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브런치 가족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엔 좋은 일 더 많이 만드시고,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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