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쾌의 감정을 나타내는 매우 강열한 신체적 표현으로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포괄합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방송인 노홍철 씨가 자주 이야기해서 유명해진 말인데 원래는 윌리엄 제임스라는 심리학자의 말입니다.
미국의 코미디 작가 배리라는 분은 단어와 소리가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k가 들어간 단어들을 제시했고, k가 주는 소리 자체가 즐거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k소리를 내기 위해 얼굴 표정이나 근육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k는 입을 양 옆으로 벌리고 입을 올려야 발음이 됩니다.
출처: 핀터레스트
이것은 ‘표정이 감정을 유도한다’는 안면 피드백 가설과도 비슷합니다.
표정이 감정을 유도한다는 가설은 1988년 독일의 심리학자인 프리츠 슈트라크 실험에서 처음 소개가 되었고, 이후 비슷한 연구들이 나왔습니다. 이들은 실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눈 후 A집단에는 볼펜을 위아래 어금니 사이에 물게 하고, B집단은 볼펜을 코와 윗입술 사이에 문 채 ‘더 파 사이드(The Far Side)’라는 만화를 보게 했습니다. 즉, A집단은 억지웃음을 짓게 하고 B집단은 불만이 있을 때의 표정을 짓게 한 것입니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놀라웠는데요. 얼마나 만화를 재미있게 봤는지 조사한 결과, A집단이 B집단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보았다고 답했던 것입니다. 2009년에는 보톡스를 맞은 여성들이 맞지 않은 여성에 비해 더 행복하다는 연구도 있었는데 실험을 진행한 영국 카디프 대학의 연구진에 의하면 보톡스를 맞은 여성들은 얼굴을 찌푸릴 수가 없어서 우울함을 덜 느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안면 피드백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2016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대학의 심리학자인 에릭-얀 바겐 메이커 교수는 1988년 프리츠 연구팀의 실험을 그대로 재현하였습나다. 17개 실험실에서 1894명이 참여한 이 실험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실험에는 1988년 실험의 당사자인 프리츠 슈트라크 박사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각 연구실의 연구진들에게 실험 조건에 대한 조언을 했습니다. 만화 역시 1988년 실험과 같은 ‘더 파 사이드’가 이용되었고요.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실험 참가자 맞은편에 연구진이 앉는 방식이 아니라 대신비디오카메라로 그들의 반응을 촬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재연 실험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으나 결과는 프리츠의 실험 결과와 동일하지 안 않았습니다. 어떤 연구실의 실험 결과도 통계적으로 웃는 표정이 만화를 더 재미있게 한다는 것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연구결과는 2016년 10월 26일 <심리과학의 조망(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렸습니다. 같은 호에 프리츠 슈트라크는 이들이 사용한 몇몇 방법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글을 실었습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 중에는 심리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있었으며 이는 그들이 연구의 목적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더 파 사이드” 만화(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줬던 만화)는 30년 전에 비해 그렇게 재미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또 실험실의 비디오카메라는 참가자들의 자의식을 자극해 그들의 감정적 반응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만화의 재미는 미리 평가된 것이며 2016년의 참가자들이 1988년의 참가자들과 만화의 재미를 다르게 느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론적으로는 비디오카메라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원래 실험처럼 참가자 맞은편에 앉은 실험자 역시 참가자의 자의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어떤 참가자들은 실험의 목표를 미리 알았을 수 있지만, 연구자들이 참가자에게 이를 확인했고 데이터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어떤 실험실은 심리학과 학생들은 일부러 제외했지만, 그 실험실의 결과에서도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재연의 실패가, 곧 안면 피드백 가설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위대한 발견이라 할지라도 재연 실패의 위험은 언제나 있는 것이며, 가설은 실험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기에 어떤 정보가 맞다 아니다 장담할 수는 없나 봅니다.
그러나 저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윌리엄 제임스의 말을 믿고, 내일도 웃으며 행복한 나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