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물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라마찬드란은 웃음의 역할에 대하여 ‘현재 지각된 위협에 대한 정보가 무해하다’라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것, 즉 전달이 웃음의 역할이라 하였습니다. 어떤 정보를 주변에 알리려면 눈이나 귀를 자극해야 하는데 소리가 통상 멀리 전달이 가능합니다. 주변에 위험을 알리기 위해 비명을 지르듯, 안전을 알리기 위해 웃음소리가 발달한 것이라는 겁니다. 혼자 조용히 웃는 웃음은 전달이 어렵습니다. 웃음도 사회적 신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수록 효과가 커집니다.
① 로버트 프로빈 교수(메릴랜드 주립대학교 심리학 및 신경과학과교수)는 2000년 <<웃음; 그에 관한 과학적 탐구(laughter:a scientific investigation>>에서 웃음은 그저 유머에 대한 생리적인 반응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사회적 신호 중 하나라고 주장합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1,200명의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연구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했는데 농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 때문에 웃는 경우는 10-20%에 불과하며, 대부분 “다음에 보자”, “뭐라고?” 혹은 “만나서 반가워” 같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가장 많이 웃는다고 합니다. 또 가장 큰 웃음이 터진 대화들을 분석해 봐도 그다지 포복절도할 내용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농담을 듣는 사람보다 농담을 하는 사람이 1.5배 이상 더 많이 웃는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결국 대화 상대에게 친밀감이나 호감을 느끼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즐거워 웃는 것이지 농담을 주고받아야만 웃음이 넘치는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② 또한 그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볼 때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럿이 함께 볼 때 30배 정도 더 많이 웃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무의식 중에 혼자 웃다가도 주변에 웃어줄 사람이 없을 때 이내 웃음이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③ 1991년, 노스 다코다 주립대의 심리학자인 벌린 힌츠와 주디스 톰 해브의 웃음의 전염성을 조사하기 위해 여러 쇼핑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실험자 중 한 명이 임의로 선택한 사람에게 웃으면 숨어있던 또 다른 실험자는 상대도 웃음으로 화답하는지를 관찰했습니다. 관찰해 본 결과 절반가량의 사람이 실험자의 웃음에 웃음으로 반응했다고 합니다.
④코넬 대학교의 로버트 크라우트와 로버트 존스턴교수는 행복하지만 혼자일 때와, 똑같이 행복하지만 여럿이 함께 있을 때 사람들이 웃는 횟수를 비교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연구 장소로 볼링장으로 정하고, 크라우트의 연구팀은 몰래 2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관찰했습니다. 그들은 볼링 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점수는 물론, 그들이 볼링 레인을 쳐다봤는지 친구들을 쳐다봤는지도 기록했습니다. 정확한 기록을 위해 녹음기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단 4퍼센트만이 혼자서도 웃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과 시선이 마주쳤을 때에는 42퍼센트가 활짝 웃음을 지었습니다. 단순히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웃는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⑤ 우리 뇌에는 거울 뉴런이라는 것이 있는데 거울 뉴런은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게 만드는 신경세포입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이에 웃으면 함께 웃고, 찡그리면 함께 찡그리게 되지요. 이런 모방 행동은 감정 이입과 공감의 정도가 클수록 더욱 강해집니다. 주변 사람의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것은 집단의 생존, 응집력, 유대감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타인의 표정을 따라 함으로써 우리는 타인의 정서를 느끼고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하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게 됩니다. 19세기 연극 제작자들은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웃음 전문 관객을 고용하기도 했고, 지금도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에서 녹음된 웃음소리를 내보내는 것도 같은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실험에서 우리는 웃음이 누군가에게 전염(전달)되고, 혼자보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 더 많이 웃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웃음 바이러스라는 말도 나왔나 봅니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오랫동안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나의 웃음 바이러스로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 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