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대로에서 A길은 직진이고 B길은 우회전을 한다. 그 바쁜 출근시간 A길은 차량이 길게 있고 B길은 사거리까지 쭉쭉 나아간다. 멈춰있는 A길 차들을 보며 쭉 지나갈 때, 마치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나만 전용차로로 시원하게 달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묘한 쾌감이 생겼다. 사거리까지는.
하지만 사거리를 지나면 학교 앞과 여러 번의 신호 때문에 몇 번을 섰다 멈추었다를 반복하며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그리고 막상 주차장에 도착하면막상 A길로 왔다면 더 빨리 왔을까? 내일은 A길로 한번 와 볼까? 생각을 하곤 했다.
한번은 고민 끝에큰 마음(?)을 먹고 A길을 택했다. 직진대로 가 너무 막혔지만 참아보기로 했다. '요기만 지나면 아마 안 막힐 거야' 하며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지만 시간을 보고 교차로를 빠져나오니역시 그 구간만 막혔을 뿐, 평상의 속도를 내며 주차장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늘 오던 시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냥 매번 오던 B길로 올걸 그랬나?'
차에서 내리며 이런 생각이 드는 내가 어이가 없었다.
가지 않은 길, 혹은 가지 못한 길에 대해서 아쉬움이나 동경, 미련이 남는다. 어쩌면 현재의 내 삶에 부족함이 많고 만족스럽지 못한 여러 모습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문과 성향이 강했던 내가 친한 친구들 따라 이과를 선택했다. 더 나를 알고 존중하며 문과를 갔다면 어땠을까? 중학교 때 그렇게 좋아하고 존경하던 국어선생님처럼 좋은 국어선생님이 될 수 있었을까?
대학을 선택해야 할 때, 청주와 대전의 국립대 두 곳에만 원서를 썼다.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집에서 가깝고 생활비가 덜 드는 학교로 선택했다. 게다가 장학금도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대학 내내 '농대 다니는 여자'라는 열등감에 빠져있었다. 만일 내가 청주가 아닌 대전에서 학교를 다니고 농대가 아닌 가정대를 다녔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나는 행여 나에게 과거를 돌아갈 기회가 생긴다면 이 두 번의 선택에서 다른 선택을 할 것이란 생각을 자주 했다. 마치 그러면 내 인생이 지금보다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하곤 했다.
졸업 후 어렵게 들어간 연구소에서 힘들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건강이 걱정된다고 그렇게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지금쯤 과장이 되고 팀장이 될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뭔가 불안하게 떠다니지 않고 그냥 안정적인 직장인이 되어 있을까?
모르겠다. 그때의 선택들로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안다. 늘 불안정하지만 하고 싶은 일들을 시도하고실패하고 원망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감격하며 감사한 날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어쩌면 안정된 자리가 아니기에 더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직장(일)이라는 것에 안정된 뿌리 없이 더 새롭고 재미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아직도 찾아가고 있는 나 같은 부유자. 때로는 안정이라는 단어 속에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하지만 나는 새로움이 좋고, 우당탕탕 일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사고 치는 내가 신기하고 재미있고 때로는 걱정스럽다. '조용하게 사고 치는 나'는 또다시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기 위해 일사천리로 사고를 쳤고 수습을 해 나가고 있다.
가지 않은 길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은 선택한 길에 더 최선을 다 하고 의미를 만들며 행복하고 재미있는 나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아침마다 B길을 가면서도
'A길로 갔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갔을까?' 생각하면서도 막상 A길로 가보니 '그냥 늘 오던 B길로 올 걸 그랬나?'생각하던 것처럼 어떤 길을 선택했을지라도 아쉬움과 후회, 궁금함은 늘 함께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들로 인생길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종 주차장에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던 것처럼 비슷한 삶의 무게로 삶을 매듭지을 것이다.
가지 못한 길, 가지 않은 길이아닌 내가 선택한 길이 내 인생인것을 어리석게도 다른 길에 미련을 가진 적도 있었다.
작년 이맘때 계획하고 결심했던 일들의 좋은 결과보다 아쉬움이 많은 2022년이 이제 끝나간다. 같은 해가 뜨는 것이지만 다른 마음으로 그 해를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