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여덟 평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채우고 정리하는 시간이 3주나 걸렸다. 아직도 몇 개 더 주문한 것들이 와야 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다.
작고 소중한 나의 공간
몇 년 전 사회적 기업을 해 보겠다고 친한 지인들과 함께 준비할 때와 정말 다르다. 그때는 단순히 나의 의견을 조금 이야기하면 행동 빠르고 이것저것 많이 아시는 분이 샤샤샥 움직이셨다. 내가 해야 할 것이 많지 않았다. 그때는.
하지만 이번엔 오롯이 혼자 알아보고 준비하느라 우왕좌왕이다. 그래도 가까이 있는 언니가 바쁜 시간 짬을 내어 함께 도와주고 소개해 주는 분들 덕분에 그나마 이만큼도 할 수 있었다.
설렘과 부담감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좋아하고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순식간에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일을 쳤다. 소심하고 겁 많은 내가 감히 혼자 무엇인가를 해 보겠다는 것 자체가 나의 열정의 반영이다.
하지만 마케팅도 영업도 어려운 성향인내가 매달 월세 및 각종 운영비를 내면서 잘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것인가... 벌써 다음 달 월세를 내야 할 시점이 다가오니 부담감이 커져 오기 시작한다. 사업을 해 보았던 친구 하나는 그나마 월급 줄 직원이 없으니 다행이며 곧 자리 잡고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격려해 준다.
그동안은 공공기관에서 월급을 받고 무료상담 위주로 상담을 해 왔다. 이제는 나를 찾아온 누군가에게 그 돈에 아깝지 않은 상담과 코칭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입소문에 의해 나의 사무실 운영이 시작될 것이기에 두려움이 생긴다.
연말이 되며 다시 함께 상담일을 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전에 있던 곳 이사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이사님에게
"저 퍼스널컬러 상담코칭 사무실 하려고요."
했더니 이사님은 나와 너무 잘 어울리는 일이라며 축하와 응원을 해 주셨다.
다행인지 나를 아는 분들이 이 일과 내가 잘 어울리는 일이라 이야기를 해 주신다. 하지만 그건 경영이나 운영과는 또 다른 문제인 거 같다.
일이라는 게 처음부터 활활 잘 되지 않을 것이다.
지인들에게도 많이 알리지 않았다. 진짜 마음 편하고 가까운 분들에게만 한번 놀러 오시라 인사만 했다. 언제 개업식을 할 거냐고들 하지만 개업식이라 할 것도 없는 '작은 사무실'인지라 민구스럽다.
개업식 대신 그저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한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했다. 하지만 준비만 하느라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가고, 다시 월세와 공과금을 낼 생각에 마음은 무겁다.
전에 아는 분이 직업상담교육센터를 인수받아 지원금을 받으며 꽤 크게 운영을 하셨다. 난 그분이 꽤 부러웠다. 하지만 그분은 딱 2년 계약기간을 마치고 바로 그만두셨다. 매달 월세내고 선생님들 월급날이 되면 '밤엔 숨이 막혀 잠이 안 오고, 낮엔 옥상에 올라가 한숨과 눈물이 나는 날이 많았다'라고 했던 그분이 떠오른다. 그나마 그분처럼 나는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월급을 줘야 하는 상황도 아니니 잠을 못 잘 정도도 아니고 눈물이 날 상황도 아니다.
찬찬히 기다리며 일 년을 가 봐야겠다.
안 가본 길이고 두려운 마음이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한 발자국씩 내디뎌봐야겠다.2023년이 더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