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목표? 나는 어떤 말을 더 자주 할까

혹시 당신의 다이어리에도 '언젠가'라는 이름의 유령이 살고 있지는 않나요? 우리는 매년 초, 지키지 못할 약속을 '소원'이라는 예쁜 포장지에 싸서 내놓곤 합니다. 하지만 커리어의 문을 여는 열쇠는 간절한 바람이 아니라, 아주 차갑고 구체적인 '문장'에 있었습니다.


간혹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의지나 노력의 부족부터 떠올린다. 조금 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 조금 더 참지 못해서,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한다. 아니면, 그래서 고작 이것밖에 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낮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나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며 점점 분명해진 것이 있다. 문제는 노력의 양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구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소원’의 언어로 인생을 말한다. 나 역시 그렇다.

“영어 공부를 해야지.”

“운동을 시작해야지.”

“언젠가는 내 일을 해보고 싶어.”

이 말들은 틀리지 않다. 다만, 너무 많은 경우 그 말이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여러 번 경험했다. 특히 지금처럼 새해의 첫 달에는 더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다짐은 흐려지고, 다시 막연한 소원으로 돌아간다. ‘언젠가는’이라는 단서를 단 채로.


소원은 바람이고, 목표는 실행이다. 비슷해 보이는 두 단어는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데려간다. 소원은 마음속에서 쉽게 피어난다. 그리고 잠시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그 불씨를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가 필요하다. “나는 성공하고 싶다”는 말은 열망을 드러내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반면 “올해 안에 블로그를 운영해 월 30만 원의 수익을 만들겠다”는 말은 행동의 순서를 만들어낸다. 심리학자 에드윈 로크의 목표설정이론에 따르면 명확한 목표는 인간의 행동을 재구성하고 자기 효능감과 성과를 함께 높인다.


소원은 기대를 만들고, 목표는 움직임을 만든다. 인생은 감정이 아니라 결국 구조에 의해 움직인다.

“언젠가 여행을 가야지.”, “언젠가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지.”

이 말들은 듣기에 희망적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 말은 실행 없는 위로가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소망적 사고’라고 부른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바람은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시켜 마치 이미 이룬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를 조금 안심시킨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이 말이 반복될수록 미룸은 습관이 되고, ‘언젠가’는 점점 멀어진다. 커리어도 다르지 않다.

“언젠가 이직하겠다”, “언젠가 내가 이루어내겠다”는 말은 이미 실행을 미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성장하는 사람들은 '언젠가’가 아니라 ‘언제까지’를 말한다.


목표는 꿈을 현실로 바꾸는 언어다. 목표는 다짐이 아니라 꿈을 현실로 번역하는 말이다. 그래서 목표에는 구체성이 필요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기한이 있어야 한다. 막연한 “잘되고 싶다”가 아니라 “3개월 안에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처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 목표는 나를 몰아붙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구조다.


나는 요즘 자주 소원을 말하고 있을까, 목표를 말하고 있을까.

소원으로 사는 사람은 환경을 기다린다. 기회가 오기를 바라며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린다. 반면 목표로 사는 사람은 환경을 설계한다. “언젠가 승진하고 싶다” 대신 “올해 안에 프로젝트 리더 경험을 쌓겠다”라고 말한다. 소원은 누군가가 나를 선택해 주길 기다리는 말이고, 목표는 내가 나를 선택하는 선언이다. 이 언어의 차이가 인생의 주도권을 가른다. 소원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목표는 자신에게 질문할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세운다. 꿈꾸는 사람과 이루는 사람의 차이는 재능이 아니라 언어의 차이였다.


이제 새로 산 다이어리에 우리가 자주 쓰는 말에서 ‘언젠가’를 조금씩 지워보면 어떨까. 그 자리에 ‘언제까지’를 적어보자. 그 한 단어의 변화가 생각의 구조를 바꾸고, 생각의 구조는 커리어의 방향을 바꾼다. 그 순간, 소원은 목표가 되고 꿈은 비로소 현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당신의 다이어리에는 지금 어떤 단어가 적혀 있나요? '언젠가'라는 유령 뒤에 숨겨두었던 마음의 짐이 있다면, 오늘 딱 하나만 '언제까지'로 바꿔보세요. 그 작은 변화가 여러분의 커리어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궁금합니다.


[박소영] 매주 수천 명의 직장인에게 커리어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커리어온뉴스>의 발행인입니다. '성장하는 사람들의 언어'를 이곳 브런치에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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