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대기가 뭐라고.....

할머니는 두 번이나 인사를 하셨다.

by 마음꽃psy

충주지역 사회적기업협의회에서 김장 봉사를 한다 하여 아침부터 서둘렀다. 대표님과 함께 참여한 후, 수육을 먹고 마무리를 할 거라 하셨다. 첫 김장 봉사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마음이 바빴다. 하지만 2시간을 예상했던 김장 만들기는 많은 봉사자 분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 덕분에 100박스가 넘는 김치를 30여 분 만에 만들고, 정리까지 빨리 마무리가 되었다.

역시, 협동심은 일을 성공적으로 빨리 해내게 한다.


너무 맛있고 배부르게 수육까지 먹고 기분 좋게 회사로 돌아오던 길, 우회전길에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양손에 봉지와 가방을 든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신다. 오늘 바람도 서늘하고 몸이 으스스 추운 날인지라 난 자동차 엉덩이도 따뜻하게 하고, 점심도 일찍 먹었겠다 시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넘쳤다.

그림출처: 핀터레스트

할머니가 횡단보도를 먼저 건너시도록 기다렸다. 할머니는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하시고 건너시기에 나도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의 발걸음은 느리다. '할머니 추우시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앞을 보고 있는데, 횡단보도를 다 건너실 때쯤 할머니는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더 내게 고개를 끄덕하시는데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졌다.


그깟 차 안에서 잠깐 기다리는 게 뭐라고 차 안에 앉아있는 운전자에게 두 번이나 인사를 하신단 말인가..

느린 발걸음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 빨리 횡단보도나 건널목을 건너야 하는 노인들은 그 자체가 어쩌면 부담일 수도 있다. 초록불이 깜빡이기 시작하면 젊은 나도 마음이 바빠지는데, 내 몸이 내 생각처럼 빨리 움직여지지 않는 노인의 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타깝다.




이십 대 시절, 40대의 중년이 아득한 먼 날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와버렸다. 빠릿빠릿 배우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의 나는 키오스크 앞에서 중학생에게 물어보고, 새로운 기종의 휴대폰을 사용하려면 심란함이 앞선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나이대로 속도가 간다고, 나이 들면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하셨었다.

나도 곧 60이 되고 80이 되겠지..

나의 청년에서 중년이 순식간에 온 것 같은데, 년에서 노년의 시간도 금방 오겠지....

그림출처: 핀터레스트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1997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지만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임박한 상황으로 열에 두 명이 노인으로 작년 기준 65세 비중이 16.4%으로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노인빈곤율, 자살률 1위, 기대 수명도 전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고 한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유명 연예인이 노인체험 프로그램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소개가 된 적도 있고, 요즘은 여러 기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인의 체력에 비슷한 복장이나 신체활동, 시각 변화 등을 직접 체험기도 한다. 체험을 하며 노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에 공감을 하고, 배려에 대해 고민하며, 건강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다.


글자도 잘 안 보이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몸도 무거워지니 젊은 사람들은 빨리 읽고, 이해하고, 움직이는 간단한 것조차 노인들은 따라가기 버겁고 어렵게 느낀다.

명이 길어지는 것이 축복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우리 모두 노인에 대한 인식이 부드러워지고, 나 또한 곧 노인이 된다는 것에 수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 짧은 횡단보도를 건너며, 잠깐 기다리는 젊은 운전자에게 두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하는 할머니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드는 늦가을의 오후다.

그림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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