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꽃psy Nov 11. 2021

횡단보도 대기가 뭐라고.....

할머니는 두 번이나 인사를 하셨다.

충주지역 사회적기업협의회에서 김장 봉사를 한다 하여  아침부터 서둘렀다. 대표님과 함께 참여한 후, 수육을 먹고 마무리를 할 거라 하셨다. 첫 김장 봉사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마음이 바빴다. 하지만 2시간을 예상했던 김장 만들기는 많은 봉사자 분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 덕분에 100박스가 넘는 김치를 30여 분 만에 만들고, 정리까지 빨리 마무리가 되었다.

역시, 협동심은 일을 성공적으로 빨리 해내게 한다.


너무 맛있고 배부르게 수육까지 먹고 기분 좋게 회사로 돌아오던 길, 우회전길에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양손에 봉지와 가방을 든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신다. 오늘 바람도 서늘하고 몸이 으스스 추운 날인지라 난 자동차 엉이도 따뜻하게 하고, 점심도 일찍 먹었겠다 시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넘쳤다.

그림출처: 핀터레스트

할머니가 횡단보도를 먼저 건너시도록 기다렸다. 할머니는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하시고 건너시기에 나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의 발걸음은 느리다. '머니 추우시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앞을 보고 있는데, 횡단보도를 다 건너실 때쯤 할머니는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내게 고개를 끄덕하시는데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졌다.


그깟 차 안에서 잠깐 기다리는 게 뭐라고 차 안에 앉아있는 운전자에게 두 번이나 인사를 하신단 말인가..

느린 발걸음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 빨리 횡단보도나 건널목을 건너야 하는 노인들은 그 자체가 어쩌면 부담일 수도 있다. 초록불이 깜빡이기 시작하면 젊은 나도 마음이 바빠지는데, 내 몸이 내 생각처럼 빨리 움직여지지 않는 노인의 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타깝다.




이십 대 시절, 40대의 중년이 아득한 먼 날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와버렸다. 빠릿빠릿 배우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의 나는 키오스크 앞 중학생에게 물어보고, 새로운 기종의 휴대폰을 사용하려면 심란함이 앞선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나이대로 속도가 간다고, 나이 들면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하셨었다.

나도 곧 60이 되고 80이 되겠지..

나의 청년에서 중년이 순식간에 온 것 같은데, 년에서 노년의 시간도 금방 오겠지....

그림출처: 핀터레스트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1997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지만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임박한 상황으로 열에 두 명이 노인으로 작년 기준 65세 비중이 16.4%으로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노인빈곤율, 자살률 1위, 기대 수명도 전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고 한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유명 연예인이 노인체험 프로그램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소개가 된 적도 있고, 요즘은 여러 기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인의 체력에 비슷한 복장이나 신체활동, 시각 변화 등을 직접 체험기도 한다. 체험을 하며 노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에 공감을 하고, 배려에 대해 고민하며, 건강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다.


글자도 잘 안 보이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몸도 무거워지니 젊은 사람들은 빨리 읽고, 이해하고, 움직이는 간단한 것조차 노인들은 따라가기 버겁고 어렵게 느낀다.

명이 길어지는 것이 축복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우리 모두 노인에 대한 인식이 부드러워지고, 나 또한 곧 노인이 된다는 것에 수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 짧은 횡단보도를 건너며, 잠깐 기다리는 젊은 운전자에게 두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하는 할머니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드는 늦가을의 오후다.

그림출처: 핀터레스트
매거진의 이전글 걱정의 실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