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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Dec 04. 2021

딸의 베이킹 취미

좋아하는 것에 대한 <몰입>

6학년 딸아이가 얼마 전부터 유튜브를 보며 베이킹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모양도 맛도 어설프더니 점점 다양한 쿠키와 빵을 만들어 내고 있다. 몇 시간 공을 들여 빵 한 덩이, 혹은 쿠키 한 접시를 만든다. 주방에 가보면 싱크대에는 설거지거리는 한가득, 그건 나의 몫이다. 계량을 한답시곤 접시며 숟가락도 한 번씩만 사용하고, 버터가 묻은 그릇들은 뜨거운 물로 꼭 따로 씻어야만 설거지가 골치 아프지 않다.


제대로 배운 적도 없지만 딸아이의 솜씨는 제법 괜찮다. 사무실에 가져가서  선생님들과 티타임에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고, 포장을 하여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하고,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도 가져가서 함께 먹는다.

 딸 아이의 작품들

딸아이는 공부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6학년인데도 영어학원이나 수학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는 주변에서 우리 아이 말고 본 적이 없다. 중학교에 가기 전에는 학습학원에 보내지 않기로 생각했고, 아이도 아직은 원하지 않기에 존중해 주기로 했다.


학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경험 속에서 나름 터득하였기에 아이가 공부에 대하여 필요성을 느끼고 해야겠다고 결심할 때 나는 도움을 주고 싶었다. 부모 입장에서 나는 깨진 독에 물 붓듯 비효율적인 경제적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상담을 하면서도 많은 사례를 본다. 아이 교육비로 한 달에 백만 원 이상을 쓰는데도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다. 부모의 불안한 마음으로 보내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아이의 마음도 불편하다. 학원마저 다니는데 성적이 나쁘면 아이들은 '난 학원도 니는데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자존감도 약해져 있고, 죄책감마저 갖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딸아이의 작품들

다행인지 뭔지 아직 아이는 자신의 성적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금요일마다 수학을 잘 못하는 몇 명을 담임선생님께서 30분 정도 지도를 해 주신단다. 아이들의 의사를 물어보고 4~5명이 하나보다. 그중에 여자아이는 자신 하나뿐이라고 했다. 일명 나머지 공부일듯하다. 남아서 공부하는 거 괜찮냐고, 여자애가 너 하나인데 좀 불편하지 않은지 넌지시 물어보니

"선생님이 더 자세히 알려주시고 좋아~"

내 생각과는 달리 아이는 자신이 학원도 안 다니고, 학습지도 안 해서 다른 친구들보다 수학이 느린 거 같다며 선생님이 알려주시니 좋다고 한다. 따로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지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선생님께 너무 감사한 일이다. 이는 자신이 구운 쿠키와 아망드 쇼콜라를 만들어 선생님께 드리고 싶다고 한다. 내일은 예쁜 통을 사러 나가야겠다.




곧 중학생이 되기에 학습에 대한 염려가 영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아이가 베이킹을 하는 것을 보면 <몰입>이 보인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방법을 찾는다. 점점 더 어려운 디저트를 만들기를 시도하고 도구가 없으면 집에 있는 것을 응용해서 틀도 만들고 뭔가를 해낸다.

딸의 솜씨가 놀라워서 지나가듯 이야기를 했다.

"제빵사 할래? 진짜 너무 잘한다."

"엄마, 나 초등학생이야. 엄마가 이것저것 많이 경험하면서 진로를 찾는 거라며~? 나 베이킹은 지금 재미있어서 연습하는 거야. 아직 결정하고 싶지 않아."


아... 역시 내 딸이다. 뿌듯해졌다.

그렇다. 아직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아니다. 초등, 중등 시기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직업 세계에 대한 탐색으로 다양한 경험으로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이다.  비록 수학은 잘 못하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대하여 몰입하는 정이 있고, 수학 계산이 느리다고 하여 자신이나 친구들을 못난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누구나 잘하는 것이 다르다고 이야기를 하는 기특한 아이이다.


아인슈타인은 말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물고기들을 나무 타기 실력으로만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형편없다고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물고기에게 왜 나무를 못 타냐고 다그치지 않는 것, 물고기인 내 아이를 관찰하고 물속에서 더 잘 헤엄칠 수 있도록 큰 강을 보여주고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부모인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아인슈타인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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