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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Dec 05. 2021

근육은 손상과 회복으로 만들어진다

보이지 않아도 변화는 있다

지난주부터 pt트레이너 선생님이 바뀌었다. 이제 6회 차가 남았는데 갑자기 유일한 남자 트레이너로 바뀐 것이다. 마음에서 약간의 불편한 감정이 있었지만 몇 번 남지 않았고, 그만두시는 선생님을 편하게 해 드리고 싶기에 괜찮다고 수락하여 인수인계가 이루어졌다.


바뀐 남자 선생님은 예전 선생님과 트레이닝 방법이 달랐다. 나는 운동을 잘 모르는 사람이기에 알려주는 대로, 하라는 대로만 한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바뀐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예전 선생님의 방법을 고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운동량이 약간 버겁게 느껴졌지만 선생님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 워낙 굽은 등 말린 어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던 터라 남은 회차를 그거에 맞는 운동법으로 집중해 달라고 요청은 드렸다.


지난 수요일, 선생님과 두 번째 수업에 상체 위주의 운동을 했다. 푸시업을 시작으로 몇 가지 알려주셨는데 매번 이름은 까먹는 운동법이다. 푸시업은 예전에 한동안 연습을 해 왔었기에 그냥저냥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120개를 하고 나니 팔에 알이 단단히 배었다. 첫날은 괜찮은 것 같더니 4일이나 지난 아직까지 팔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헬스장에 등록한 지 만 6개월이고, 필라테스 15회, pt로 치면 31회 정도가 되어 총 46회 정도 운동을 하였다. 선생님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따로 운동을 하러 간 날은 없다. 근육이 만들어지는 속도는 내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느리다. 운동 3개월 후 인바디 측정에서는 오히려 근육량이 줄어든 수치가 나와 약간 실망을 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재어보면 좀 늘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운동을 시작하며 3개월 정도면 큰 시각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래서 혹시 내게도 근육이라는 것이 생기면 요즘 유행하는 바디 프로필을 찍어볼까 하는 상상도 잠깐 했었다. 하지만 거울을 보니 등이 약간 펴진 것 말고는 몸무게의 변화도 없고, 근육의 변화도 드러나게 보이는 것은 없다.




근육이 생성되는 원리는 손상과 회복의 원리라고 한다.  웨이트 운동으로 근육에 타격을 주면 근육의 세포 수준에서 상처와 미세 외상이 생기게 되고, 이때 근육의 위성 세포가 회복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고, 손상된 근육 세포와 융합을 하여 근육 단백질의 합성을 돕는다. 이후 각각의 근세포와 근원섬유에는 더 많은 단백질을 합성함으로써 더 굵고 강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백질 합성이 증가한다고 해서 바로 근육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을 통해 단백질 합성 신호를 늘리고 나면 근육의 생성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전체 과정이 완료되는 시간까지 대개 5일에서 6주까지 걸리게 된다고 한다. 또한, 근육의 합성은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1kg의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7000~8000칼로리의 잉여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 주고, 충분한 휴식 또한 필수 요소이다.


사람들은 빠른 변화와 결과를 원한다.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눈에 보이는 결과들은 때론 나를 더 움직이게 만들고 열정을 내도록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너무 느리게 오는 변화는 때로는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고, 현재 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의심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6개월간 운동을 하며 충분히 단백질 섭취도 하지 못했고 잠도 충분히 잔 날이 많지 않다. 당연히 일주일에 1-2번 운동만으로는 근육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직도 나는 운동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한다. 결제한 돈이 아까워 회차를 채우기에 급급한 운동을 했다. 운동 시작 후 10여 분만 지나면 근육이 아파오기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시계를 몇 번이나 흘끌흘끔 보며 운동을 하며 트레이너가 말한 횟수를 채우기 위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데 지난번 운동시간은 가장 강한 강도로 운동을 했던 거 같은데 50분의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운동을 하며 뿌듯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요즘 브런치를 하며 발검무적 작가님의 <인생에 실패한 대가들이 이야기> 매거진을 정독한다. 내가 이름만 알고 있던 위인이나 유명인들의 위대한 업적이 아닌 숨겨진 이야기, 역경, 고난 등을 보며 나약한 내가 보이고, 노력 없이 욕심 많았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그들은 원래 천재이거나 우리 같은 평범이 들과는 다른 뇌를 가지고 태어나 그저 좋은 결과를 냈다고 다른 차원의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결과 뒤에 그들이 겪었던 치열한 삶과 고뇌들을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다.


빨리 뭔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약했던 내 몸에 근육을 만들 것이며, 내 삶에도 작지만 무엇인가를 만들어갈 것이다. 운동으로 몸의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라면 다른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 근육이 손상과 회복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듯, 삶도 상처 회복의 과정으로 더 단단해지는 것이었다.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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