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매일을 사는 것.
아직 이곳에 뿌리를 내린 것도 아닌데 발조차 붙이는 것이 마음적으로 어려웠다.
아이들은 하루 만에 바뀐 생활과 잘 알아 들 을수 없는 영어를 듣기 위해 하루 종일 집중하느라 머리가 어지럽다고 했다.
“엄마 집에 언제가?”
“빨리 집에 가고 싶다”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으로 학교는 재미있지만 계속신경 써서 이해하는 것이 한계에 부딪히는 것 같았다.
나무도 자리를 옮기려면 몸살을 앓는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늘은 어떤 수업을 했어?”
“난 디자인 수업을 했는데 직접 도구를 가져다가 어딘가로 간다고 했어. 그렇지만 난 그냥 교실에 남아서 하는 소규모 수업을 지원했어.
그런데 한국과는 수업하는 게 많이 달라서 재밌기도 해. 엄마 그리고 오늘은 점심으로 피자가 나왔는데 생각보다 맛있었어. “
힘들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순간순간 일어나는 새로운 배움에 호기심이 드나 보다.
“그렇지. 엄마는 오늘 너희들이 이곳에서 다닐 다른 학교를 투어하고 왔는데 거긴 여기보다 시설이 더 좋았어. 수영장 레일도 많았고 학교식당도 이곳보다는 더 시설이 좋았어.
오늘은 IB시스템을 하는 학교를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한국 엄마들이 봉사하는 것도 봤어. 아이들이 수업하는 걸 부모도 같이 하는 것 같더라구“
우리의 하루는 불평과 호기심과 즐거움과 새로움이 버무려진 하루하루로 만들어져 가고 있었다.
“엄마 소망이가 하교시간인데 보이지 않아. 벌써 라이딩할머니가 도착했는데 어떡해?”
사랑이는 외부에 있으면 둘째를 자신이 챙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항상 동생을 챙겼다. 그러다 하교시간까지 둘째가 보이지 않자 걱정이 돼서 수업건물들을 모두 뛰어다녔다고 한다.
하교 라이딩을 도와주시는 분께서 “글쎄 사랑이가 건물 3개 동을 뛰어다니며 동생을 찾는 게 얼마나 기특했는지 몰라요. 어쩜 저렇게 책임감이 강하고 의젓한지 몰라요”
둘째가 초등학교 1학년때 친구와 함께 나가 놀다 친구의 부주의로 다리근육이 파열돼서 집에 온 적이 있다.
그 뒤로 한 달 동안 나는 일을 나가고 사랑이는 소망이의 휠체어를 매일 밀고 등하교를 했다.
앞뒤로 맨 가방에 휠체어까지.. 참 힘들었을 텐데 언제나 웃으며 저녁시간이 되어 돌아온 나에게 종알종알 하루의 일을 이야기했던 게 기억이 났다.
이젠 그래도 이곳에서 살만하겠지.. 매일 돌다리를 두드리던 나는 한 달 렌트한 집에 문제가 생겨 클레임을 걸었다.
그곳에서 난 또 ‘하… 이렇게 하면서 이곳에서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매일을 도움으로 살고 있지만 이곳의 환경은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사는 환경이라
문제의 해결을 하려면 여러 번 재촉을 해야 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을 기다려 줘야 했다.
당장 물을 써야 하는데 싱크대의 구조상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음식을 주로 사서 먹는 이곳의 사람들의 의식주 환경에 외식보다는 집에서 주로 음식을 해 먹던 우리에겐 너무도 힘들었다.
예민한 장을 가지고 있고 알레르리가 많은 가족들이라 이곳의 음식이 잘 맞지 않을 수 있는데
그렇다고 계속 사 먹을 수는 없었다.
머리가 복잡하고 감정이 복받힐 때는 한국에서 가져간 뜨개실을 가지고 수영장이 있는 테라스로 나갔다.
한 달 살기를 하러 온 대부분은 한낮에는 숙소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이곳은 언제나 나의 휴식처가 되었다.
아무도 없는 벤치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으면 마음의 갈무리도 되고 왜 이곳에 왔는지 다시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매일매일 이곳에 와서 하나씩 뜨고 다시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한 세트가 되었다.
’ 마음수양으로는 뜨개가 최고구나 ‘
다시 마음을 잡고는 이곳의 문화를 조금씩 익혀갔다. 아니 마음을 다잡았다.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답답해도 이들은 이것이 당연한 것이니 내가 이곳에 살기 위해서 왔으니 이 문화를 이젠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자고 마음을 먹으니
학교입학문의, 집투어 문의, 숙소 문제등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씩 헤쳐나가다 보니 아이들도 그렇게 집으로 가고 싶다고 하더니
게임대신 그동안 한 번도 안 하던 그림을 노트에 집중해서 하기도 하고
다리미, 건조기를 사용하기보다 빨래를 가지고 들어와 하나씩 겹쳐 수건으로 덮은 뒤 조금씩 밟아가며 노는 것이 익숙해졌다.
“엄마 오늘은 진짜 나무를 베러 뒷산에 갔어요”
“엄마 내가 우리 반에서 수학을 제일 잘하더라고”
“생각보다 점심 급식이 맛있어요. 교실마다 수업을 옮기는 게 살짝 힘들지만 매시간마다 다른 아이들과 하는 수업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아이들은 하교 후 잠이 들기 전까지 도란도란 시끌시끌 하하 호호 웃으며 소파에 모여 하루의 일을 나눴다.
‘급하게 가느라 계단에서 미끄러워 넘어지는 것보단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여유라는 양념을 조금 넣어 넘어지지 않게 가보자.’
시선과 생각을 바꾸니 조급하지도 불평이 되지도 않았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땅을 고르는 것을 한 발 한 발 내디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