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퇴사 전 마지막 3개월 동안 3일 출근하고 이틀 빵 굽는 생활을 했다. 제빵 수업에선 많은 양의 빵을 구워야 했다. 아무리 많이 먹는다 해도 그 양을 감당할 순 없었다. 다 못 먹고 남은 빵으로 냉장고 냉동실을 채웠다. 냉동실도 금세 찼고 빵은 처치 곤란한 상태에 이르렀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 동네 이웃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그래도 빵이 남았다. 훌륭한 빵은 아니지만 버릴 순 없었다.
회사로 출근할 때마다 빵을 들고 갔다.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관리팀에 한 봉지, 영업팀에 한 봉지, 직원 휴게실에도 한 봉지.
빵에 대한 반응은 빵 종류에 따라 달랐다. 내가 애정을 가지고 구웠고 앞으로 열게 될 빵집에서 주력으로 구울 딱딱한 유럽식 빵들은 대체로 인기가 없었다. 반면, 달고 부드러운 빵은 반응이 좋았다. 특히 크루아상은 서로 먹겠다고 다툴 만큼 그 인기가 대단했다. 바삭거리며 크루아상 하나를 다 먹어치운 관리팀장이 자리로 돌아가는 나에게 한마디 했다.
"이사님, 앞으로도 맛있는 빵으로 부탁해요. 이거 좋잖아요!"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내가 굽고자 하는 빵은 대중성이 없다는 것을. 목표시장 선정을 잘했었어야 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