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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베이킹랩 이성규 Apr 13. 2020

동업

동업자 정하기. 동네 빵집을 준비하며 많이 신경 썼던 일 중 하나이다.


동업을 하려고 했던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자영업은 처음인지라 누군가 함께 하면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했다. 빵집도 처음이라 빵을 좀 해 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투자인지라 초기 투자금과 함께 리스크를 줄이고 싶었다. 차분하고 계획적인 성향으로 다분히 이상주의적인 나의 성격과 보완이 되면 좋겠다 싶었다. 


6개월간 빵 수업을 같이 수강한 동기중 한 명을 상당히 오랜 기간 설득했고 같이 동네 빵집을 시작했다. 동업은 결혼과 비슷하다. 모든 것이 좋아 보이고 사랑스럽던 애인이 아내나 남편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점이 눈에 들어오고 싸우기 시작하는 연애와 결혼은 동업과 참 닮았다. 같이 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알게 되는 게 그 이유일 것이다. 전에 보이지 않던 동업자의 결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결점으로 인해 불만이 쌓여갔다. 내가 동업자에게 그러했듯이 동업자도 나에게 많은 불만이 생겼으리라.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동업을 이어가는 것 또한 결혼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해와 사랑으로 서로에 대한 불만을 잘 다스려 가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반면, 불만만 늘어놓으면 종국엔 서로 갈라섬에 이르게 된다. 


동업과 결혼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결혼이 애정관계에 기초한다면, 동업은 이해관계가 그 토대라는 점이다. 공통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동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내 빵집 동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이 점이었다. 작은 동네 빵집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었다. 빵집 규모에 따라 낼 수 있는 최대 수익 규모가 있다고 한다. 오래 자영업을 하신 분들이 나중에 들려준 이야기이다. 나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자영업은 처음이었으니...  


우리는 쉽게 착각에 빠진다. 나는 다를 것이라고, 왜 저것밖에 못해, 내가 하면 저들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동업도 그렇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동업하려고 한다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 같다. 빵집을 그만두고 난 후에야 다들 동업은 어려운 거야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동업에 대한 부정적인 조언을 들었을지라도 내 의지가 꺾이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다르다, 나만은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나도 그 오류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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