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연금술

하타요가와 히말라야의 파라마함사

by 이강언

히말라야의 파라마함사


남인도의 여러 아쉬람과 사원들에서 시간을 보낸 라마는 몬순이 시작되기 전에 파라마함사를 꿈꾸는 수많은 구도자가 모여든다는 히말라야 기슭의 성지 리쉬케시로 향했다. 아득히 보이는 설산 너머에서 시작된 한 움큼의 갠지스가 처음 평지에 이르러 마침내 강다워지는 곳, 그 이름마저도 성스러운 리쉬케시는 히말라야의 수행자들이 날씨가 추워지면 이곳 기슭으로 내려와 겨울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수행자의 마을로, 도시로 커져 지금에 이르렀다.


지척에서 히말라야의 신성한 기운을 머금고 달려와 아직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갠지스는 리쉬케시를 동서로 가르며 흘렀다. 차안과 피안이 둘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듯, 두 개의 현수교가 두 리쉬케시를 이어주고 있었다. 이 도시의 중심이며 존재 이유이기도 한 크고 작은 아쉬람들을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수행자의 도시임을 믿어 의심치 말라며 곳곳을 수놓은 낯설지 않은 주황빛들이 라마를 반기고 있었다. 그 주황빛들 틈바구니에 라마는 표시도 나지 않을 또 하나의 주황빛을 더 했다.


하늘을 보아하니 남쪽 끝에서 시작한 몬순이 이곳 북쪽에서도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라마는 다소 번잡한 큰 아쉬람을 피해 한적한 아쉬람을 찾아 강을 따라 상류로 가보았다. 꽤 넓은 모래사장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니 라마의 바람대로, 라마의 마음을 잡아끄는 소박한 아쉬람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마침 수행자로 보이는 남자가 요가 행법을 수련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칸다나타였다.


라마는 그에게로 다가가 합장하며 인사했다.

“나마스떼, 여기가 마음에 들어 들어와 봤습니다. 방해가 되진 않았는지요?”

“방해가 될 건 없네. 행색을 보아하니 수행자 같은데….”

“네, 저는 진정한 집을 찾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대는 이미 집에 와 있네.”

“네?”

“아, 아니네. 차차 알게 될 것이네. 그건 그렇고…. 집을 찾으려면 등불을 밝혀야지. 그래야 집이 보이지 않겠는가?”

“그…그렇겠지요.”

라마가 얼떨결에 대답하자 칸다나타 스승은 당연하다는 듯이 라마를 이곳에 주저앉혔다.

“여기에 당분간 머물면서 등불을 밝히는 법을 배우시게.”



몸과 마음의 연금술


그는 나타 계통의 정통 하타요가 스승이었다. 라마는 칸다나타 스승으로부터 여러 가지 요가행법을 배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에게 배운 요가 행법들은 라마가 아주 어릴 때, 그러니까 니란자나 스승에게 입문하기도 훨씬 전인, 열 살도 채 되기 전에 별다른 의식 없이 혼자서 놀이 삼아 했던 것들이었다. 허나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칸다나타 스승이 하타요가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듯 라마에게 말했다.

“하타요가는 몸을 수련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단지 육신을 위한 것이 아닐세. 하타 수련은 내면의 등불을 강하게 밝히기 위함일세.”


라마는 만트라를 읊조리며 명상을 하던 어린 시절의 수행과는 확연히 다른 하타 수행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하타요가는 몸을 움직여 막혀 있던 에너지 통로를 열어주고, 특별한 호흡법으로 에너지 수준을 높여주었다. 니란자나 스승 시절, 명상 전후에 가볍게 몸을 풀어주던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랬다. 이전 수행에서, 마음이 가라앉으며 느꼈던 평온함에다 견고함과 활력을 더한 느낌이었다.


허나 라마는 하나의 의구심이 들어 칸다나타 스승에게 물었다.

“이런 육체적인 수련으로 어떻게 신을 깨달아 진정한 집에 이를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자네는 무엇으로 신을 깨달으려고 하는가? 몸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네. 자네는 진정한 집을 찾는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 마음이 뿌리내리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 대답해보게.”

라마는 그 질문에 몸이라고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가 할 수 있는 건, 몸이라는 거울에 낀 먼지를 깨끗이 닦는 것밖에 없네. 거울에 먼지가 잔뜩 끼어있다면 빛이 제대로 반사될 수 없지 않겠는가? 이처럼 신의 빛이 있는 그대로 반영되기 위해선 몸이라는 거울에 얼룩이 없어야 하네.”

“하지만 저는 여태껏 마음으로 신을 깨달으려고 해왔습니다.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그것은 잘못된 것이네.”

“어째서 잘못된 것입니까?”

“쓰레기로 인해 악취가 풍긴다면 악취와 싸울 텐가 아니면 쓰레기를 치울 텐가?”

이 말이 라마의 정신에 찬물 한 바가지를 확 끼얹었다.


칸다나타 스승이 말을 이었다.

“쓰레기가 있는 한 아무리 악취를 제거하려 해도 되지 않는 법이네. 코를 막고 바람을 부쳐 봐야 잠깐이지. 하지만 쓰레기를 하나씩 치우다 보면 마침내 맑은 공기가 드러나지 않겠나?”

라마는 칸다나타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칸다나타 스승은 다음과 같은 가르침으로 용 그림에 눈을 찍어 넣었다.

“빛의 밝기가 거울의 선명도에 달린 것처럼, 몸이 정화되면 마음도 함께 정화되고 그러면 더불어 의식도 각성하게 되어 있네. 쓰레기와 악취처럼 몸과 마음은 궁극적으로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동일한 현상이니까 말이네. 그러니 하타 수행을 통해 몸이라는 거울을 정화하고 또한 몸에 잠들어 있는 에너지를 깨워 의식의 등불을 밝혀야 하네. 마음에 대해선 그 어떤 것도 할 필요가 없네. 능히 몸으로 할 수 있는 것만 하시게. 계율이나 도덕 따위를 들먹이며 쓸데없이 마음을 괴롭힐 필요가 없다 이 말이네.”


라마는 칸다나타 스승이 나날이 가르쳐준 고난도 자세와 여러 가지 어려운 행법들도 거의 단박에 따라 했다. 하타요가의 수행법은 매우 체계적이었으며 효과적이었다. 마치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꼭대기로 가는 느낌이었다. 하타요가는 명상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심오한 수행이었다. 라마는 칸다나타 스승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에 이르는 지도를 받아든 기분이었다.

“하타요가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체조 정도의 수준에서 흉내만 내고 있지.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좋지만, 적당히 몸을 움직인 후 앉아서 명상하는 건 하타가 아니네. 자네는 하타를 할 수 있는 타고한 수행자일세. 그러니 지금부터는 하타의 정수인 쿤달리니 수행을 하도록 하시게.”


칸다나타 스승은 쿤달리니를 깨워줄 몇 가지 무드라 행법을 라마에게 전수했다. 쿤달리니 행법은 몸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 통로를 정화하고, 잠재된 에너지를 일깨워 의식을 각성시키는 하타요가의 마지막 단계였다. 라마는 그날부터 무드라 행법을 수련했다. 수련하면 할수록 육체적으로도 강건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럴 때마다 의식 또한 명료함을 더해갔다. 몸이 정화되면 마음도 정화된다는 칸다나타 스승의 말이 라마에게서 실현되고 있었다.



빛나는 존재


아쉬람에 어둠이 찾아왔다. 어둠은 희미한 달빛마저 먹어 치웠는지 사방이 온통 칠흑이었다. 라마는 아쉬람을 청소한 후 숙소로 들어갔다. 촛불이 홀로 어둠을 방 밖으로 미약하게나마 밀어내고 있었다. 라마는 그 촛불마저 불어 끄고 바닥에 가만히 앉았다. 그리고 깊은 어둠에 자신을 내맡겼다. 마치 자신이 어둠이라도 된 것처럼. 그날 밤은 비도 잠시 그쳐 사방은 고요했고 라마의 마음도 한 점 흔들림이 없었다.


라마는 낮에 했던 무드라 수행을 이어갔다. 얼마 후 라마는 내면에서 불이 켜지듯 온몸이 하얀빛으로 채워짐을 느꼈다. 라마는 시간이 멈춘 듯 그 빛 속에 머물러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라마가 눈을 떴을 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신의 온몸에서 희고 푸른빛이 방사되고 있었다.


라마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눈을 다시 감았다 떠보고, 눈을 비벼보기도 했지만, 그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손으로 휘적거려도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라마는 할 수 없이 그 빛을 바라보며 그대로 앉아 있었다. 얼마 후 빛이 점점 잦아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칸다나타 스승은 그것이 에너지 체라고 하면서 라마의 몸이 거의 다 정화되어 간다고 했다. 라마는 이 신비한 체험을 통해 최소한 자신이 육신에 한정된 존재가 아니라는 건 깨달을 수 있었다.



쿤달리니가 깨어나다


라마는 이 체험으로 말미암아 하타 수련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라마는 더욱 무드라 수행에 정진했고, 차츰 몸과 호흡과 에너지를 다루는 법을 터득해갔다. 마침내 칸다나타 스승은 가장 강력한 무드라 행법인 샥티짤라나를 전수했다. 샥티짤라나는 지금껏 배웠던 정화법과 호흡법과 무드라 행법이 연계된 매우 어려운 수련법이었다. 라마는 칸다나타의 가르침에 따라 매일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샥티짤라나를 수련했다.


라마는 여느 때처럼 저녁 수련을 준비했다. 보름달이 먹구름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비쳤다. 몬순에 보름달을 제대로 보기란 낯선 곳에서 우연히 친구 만나기처럼 어려운 법인데, 라마는 왠지 기분이 좋았다. 라마는 수련을 시작했다. 그러자 골반 부위와 등 아래쪽에서 미세한 떨림이 일어났다. 라마가 무릎 꿇은 자세로 발목을 붙잡고 몸을 약간 숙여 회음부와 복부를 강하게 수축하자 별안간 척추 아래에서부터 팔목 굵기의 하얀 빛이 척추를 타고 순식간에 머리로 올라가며 “빡”하는 폭발음을 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강렬한 하얀 빛에 휩싸였다.


라마는 자신이 얼마나 그 상태로 오래 머물러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왔을 때, 혹시 육체가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폭발음이 너무나 컸기에 두개골이 빠개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허나 그것이 기우였음을 확인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라마는 그 순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주 미약하나마 일었음을 알았다.


다음 날 라마는 이 일을 칸다나타 스승에게 알렸다. 그러자 칸다나타 스승이 말했다.

“쿤달리니가 제대로 깨어난 걸세. 하지만 조금 위험했네. 그렇게 순식간에 강한 에너지가 터질 때 몸이 그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데, 오랜 수행으로 단련되고 정화된 자네의 몸이 그것을 잘 견뎠네.”


라마는 그 말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일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칸다나타 스승은 이에 대해서도 말했다.

“죽음은 몸에 속한 것이지. 아직 몸과의 동일시가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 않아서 그런 것이네. 그저 몸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니 염려하지 말게. 점점 나아질 걸세.”


하타 수행과 더불어 라마의 몸과 마음은 매우 안정되어갔다. 이전처럼 어떤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서 애써 집중하지도 않았다. 자연스러운 침묵 속에서 명상도 깊어져 갔다. 명상에서 깨어나면 마음에 잔잔한 행복과 평화가 찰랑거렸다. 하지만 일상의 활동으로 돌아오면 이 느낌이 차츰 무뎌졌다.


라마는 칸다나타의 아쉬람에서 몬순 기간 내내 머물면서 하타요가를 수행하며 명상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명상은 좋았지만, 일상은 미흡했다. 그렇다고 일상에서 특별히 어려움이나 괴로움을 느끼고 있는 건 결코 아니었다. 다만 집을 들락날락하는 것처럼 명상의 지복이 일상에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약간의 아쉬움 비슷한 걸 느낄 뿐이었다.


하늘은 파란 날들을 차츰 늘리며 샤라다가 다시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아침 수련을 끝낸 후 라마가 부엌에 가서 우유죽을 준비해서 칸다나타 스승을 모셨다. 칸다나타 스승은 말없이 우유죽을 비우더니 이내 말문을 열었다.

“자네의 하타수행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네.”

뜬금없는 칭찬에 라마는 약간 머쓱했고, 잠시 침묵하던 칸다나타 스승은 말을 이었다.

“자네의 어려움이 뭔지 알고 있네. 이제 여길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먼.”

라마의 마음에 알 수 없는 잔잔히 파문이 일었다.

“어디로 떠나라는 것입니까?”

“강을 따라 내려가게. 자네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게 될 걸세.”

“왔던 곳이라고요?”

“가보면 알게 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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