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단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보면 사람들은 쉽게 착각을 합니다. 저 정도의 글은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막상 글을 써보면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루키의 글이 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글이 갖는 가독성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독성은 쉽게 읽히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한번 읽어보면 바로 이해가 가는 글을 말합니다.
결코 철학적이지 않습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대화나 소재를 이용한 메타포나 상황묘사, 심리묘사로 표출합니다.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하며 독자를 골몰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저는 가독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단문을 주로 사용합니다. 긴 문장은 쪼개고 또 쪼갭니다. 접속사와 부사 사용을 지양합니다.
가독성이 있다는 말은 글을 잘 쓴다는 말로 받아들여집니다. 구양수는 학문하는 자세에 대해 '다독, 다작, 다상량' 삼다를 말했습니다. 이를 응용하여 요즘은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으로 해석하여 삼다를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삼다 중에 제일은 다독이라 생각합니다. (학생 때까지는 나름 많은 책을 보았다고 자부합니다만, 사회에 나와 생활인이 된 이후 적은 독서량, 극소량의 독서량에 대해 반성과 후회가 있습니다.)
글을 많이 써보는 것, 많은 생각을 해보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많이 읽는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읽는다는 것은 의식의 흐름을 사고의 흐름을 형성합니다. 글이란 의식과 사고를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의 독서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어서의 독서는 의식이나 사고의 형성보다는 정보의 획득과 유입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나이 먹어서의 독서가 전혀 의식이나 사고의 형성을 안 한다고는 할 수 없기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구독하는 관심 작가는 아홉 분이 있습니다. 관심 작가의 글은 가능한 빠짐없이 보려고 애써왔습니다. 요즘 이러저러한 일로 바빠져 잘 챙겨 보지 못했습니다. 시간 나는 대로 다 살펴볼 예정입니다.
특히나 최명숙 작가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최명숙 작가님의 글은 가독성이 좋고 감탄을 자아내는 다양한 어휘와 애틋한 추억과 감성을 접할 수 있습니다. 매일같이 글을 써서 올리시는 그 열정을 추앙합니다.
박상진 작가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박상진 작가님의 글은 인생의 경험담이 좋습니다. 작가님의 삶에 대한 느낌을 묘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무슨 일이 생기셔서 글을 중단하셨는데 하루빨리 해결되어 다시 작가님의 글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명숙 작가님이나 박상진 작가님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일을 업으로 해오셨습니다. 제가 부러워하는 삶입니다.
작은나무 작가님의 장편 연애소설도 잘 읽어왔습니다. 저 역시도 연애소설을 쓰고 있기에 동질감으로 계속 봐왔습니다. 완결된 25편 중 15편까지밖에 못 봤는데 표절을 염려하시어 완결된 소설을 내리셔서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저도 <애착과 자유분방>이라는 소설을 6꼭지까지 공개하고 20꼭지까지 써놨는데 남은 세네 꼭지에서 막혀 이 글을 쓰면서 쉬어가는 중입니다. 스토리텔링은 머릿속에서는 나름 완성된 상태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완결 지을 예정입니다.
제 소설을 쓰면서 대표적인 연애소설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연애 감정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의식적일 수도 있는 표절을 조심하면서 말이죠.
원광대 김종인 교수님은 1962년부터 1993년까지 일간 신문의 사망 기사, 부음란 등에 게재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11개 직업군의 평균 수명을 추적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평균 수명은 69세였습니다.
종교인이 80세로 1위였고, 정치인이 72세로 2위, 연예인이 71세로 3위, 교수, 공무원 등이 69세였습니다. 작가가 62세로 평균 수명이 꼴찌였습니다. 작가라는 사람들이 오래 못 삽니다.
저는 하루에 평균 5~6킬로미터를 매일같이 걷고 있습니다. 글을 쓰시는 모든 분들이 항상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오랫동안 좋은 글들을 남기시길 바랍니다.
책을 쓴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제 팔자를 남에게 다 내주는 일이란다. - 황석영 <개밥바라기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