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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간 계엄령을 소회하며

윤석열이 손바닥에 왕(王) 자를 새기고 나온 후, 대통령이 된 후 거의 2년 7개월 동안 뉴스를 안 봤다.

12월 3일 이후 지난 3주 동안 그걸 벌충이라도 하듯 내내 뉴스만 봤다.

12월 3일 당일은 밤 10시쯤 잠들어 새벽 2시쯤 깨보니 우리 단톡방에 난리가 나서 뭔 일인가 했단다.

2024년에 계엄령이라니 너무 어이없었지. ㅋ

하루 정도 지나니 흥분된 마음도 진정되고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년 6개월간 대한민국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석열이를 끌어내리기 위한 방법은 탄핵과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이 두 가지 방안밖에 없다고들 했다.

두 가지 모두 그다지 녹녹치 못한, 쉽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와중에 계엄령이라니. ㅋ

하늘이 대한민국을 저버리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열이가 제 발등을 제대로 찍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오늘부터 민주당에서 한덕수 탄핵을 감행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석열이 탄핵 인용도 예정된 순서라고 믿는다.

누군가 그랬지 2024년에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경험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계엄령도 경험하고, 실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한강의 <소년이 간다>는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본 적은 있었는데, 그래도 우리나라 노벨상 작가의 책 몇 권 정도는 소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어제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이렇게 세 권을 주문했는데 오늘 수령^^ 당분간 한강 작품을 볼 예정이다.

친구들아 성탄 전야 다들 축복받고 행복해져라. 다들 보고 싶다~




이상이 크리스마스이브날 단톡방에서 친구들에게 짧게 피력한 문장들이었습니다.

윤석열은 5년 임기의 대통령이 너무나 아쉬웠나 봅니다.

5년에 만족을 못 하고 장기집권을 위해 계엄령, 즉 친위 쿠데타를 벌였죠.

국회와 선관위라는 헌법기관을 군대로 장악하려는, 헌법을 유린하는 내란죄를 저질렀습니다.

전임 정보 사령관 노상원의 수첩에 따르면 국회 봉쇄,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규정했습니다. 자신들에게 반하는 사람들을 사람으로 인식을 안 한다는 그들의 사고체계가 두려움을 느끼게 합니다.

보다 가공스러운 일은 따로 있습니다.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지난 10월 평양 무인기 사건, 오물 풍선 원점 타격 등 북풍공작을 일으켜 국지전 등의 혼란 상태를 야기해 계엄령을 선포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이는 명백한 외환죄에 해당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오물 풍선 원점 타격은 합참의장의 거부로 이행되지 않았고, 북의 공격을 유발하는 북풍 공작은 주력부대를 러시아에 파병해 여력 없는 북한의 미 대응으로 국지전이 발발하지는 않았습니다.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전 될 가능성을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은 장기집권을 위해 외환죄와 내란죄를 범했습니다. 응당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어야만 할것입니다.

탄핵소추된 윤석열에게는 같은 배를 탄 아군들이 있어 탄핵을 막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들은 특검을 방해하고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을 저지해서 70~80프로의 국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탄핵을 기각시키려고 합니다.

한덕수를 비롯한 국무 위원들이 그렇고 탄핵에 반대하는 것을 당론으로 하는 국민의 힘이 그렇습니다.

국민의 힘은 박근혜 탄핵의 트라우마를 말하고 있습니다. 계엄령에 대한 국민의 트라우마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저는 독일 방송사가 취재했던 1980년 광주 항쟁의 끔찍한 실상을 5년 후인 1985년에 신군부의 감시를 피해 가슴 조이며 보았습니다. 그 다큐멘터리 영상은 평생 잊을 수없게 각인되었습니다.

국민의 힘은 지독한 이재명 포비아에 얽매어 있습니다. 그들은 정권이 민주당에 넘어가는 것과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에 자신들의 사활을 걸고 극도로 예민해합니다. 그러다보니 극우의 길 또는 수구의 길로 발을 들여놓는 것 같습니다. 국민과 국가는 전혀 생각을 안 하고 당리 당략에만 몰두합니다.

한 국가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수는 보수 나름의 가치가 있고 진보는 진보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습니다.

기존의 제도와 시스템 내에서 변화를 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이고, 기존의 제도와 시스템 내에서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여 그것을 뛰어넘는 보다 큰 폭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든 진보든 모두 다 그 사회가 바람직하게 발전해 나가기 위해 바람직한 변화를 추구합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진정한 보수가 될 수 없고, 진정한 진보가 될 수 없습니다.

저의 경우는 젊었을 때에는 진보의 가치를 숭상했지만, 이제는 보수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진정한 보수가 출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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